[르포] 서리풀공원 절반은 사유지…3년 뒤엔 출입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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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7-09-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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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2020년까지 공원 일부 돌려줘야

  • 전문가들 "공원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안 모색 필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리풀공원 일부는 오는 2020년 7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에 따라 정부가 땅 주인에게 보상을 하지 못할 경우 소유주에게 돌아간다. 사진은 서리풀공원의 나무에 사유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오진주 기자]


"지난여름 내내 드나들었는데, 공원이니까 당연히 정부 땅이라고 생각하죠. 개인 땅이라곤 한 번도 생각 못해봤네요."(서울 서초구민 60대 A씨)

지난 22일 오후 2시 가을을 눈앞에 둔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에는 늦여름 햇빛이 아직 남아 일대를 비추고 있었다.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길에는 동네 주민들이 편한 차림으로 운동을 즐겼다.

공원의 소재지인 '서초(瑞草)'라는 이름은 바로 이 '서리풀'에서 따왔다. 서리풀은 상서로운 풀이라는 뜻으로 벼를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서초구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서리풀공원은 전체 면적 54만8520㎡ 가운데 무려 49%가량이 사유지로 이뤄져 있다. 서초구에 따르면 시유지인 나머지 땅을 포함한 이 공원은 현재 구청이 위임받아 관리 중에 있다.

1970년대 이 일대가 공원용지로 지정된 후 50년 가까이 주민 산책로로 이용됐지만 알고 보면 주민들이 개인의 땅을 드나든 셈이다. 하지만 이날 공원을 찾은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서리풀공원에 사유지가 포함돼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부지가 공원으로 지정되면 사유지 여부와 상관없이 토지 형질변경이나 건축 등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때문에 소유주는 본인 부지를 사실상 효율적으로 쓰기 어려운 것은 물론, 오히려 시민들이 자신의 땅처럼 이용해 대체로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이런 뒷이야기를 담고 있는 서리풀공원도 오는 2020년 7월이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에 따라 공원 지정에서 해제된다. 이때까지 정부가 보상을 마치지 못할 경우, 소유주는 마음대로 서리풀공원을 처분하거나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강남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만큼 서리풀공원이 2020년 민간의 품으로 돌아가면 공원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난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실제 서리풀공원의 '공세권' 효과를 누리는 서래마을과 방배동 일대는 높은 집값을 자랑한다. 24일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서리풀공원 입구에 위치한 '반포미도1차'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12억3000만원으로 올 초 10억9000만원에 비해 2억원 가까이 올랐다. 1986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최근 안전진단을 신청하며 재건축 절차에 돌입해 몸값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재정 여건상 모든 토지에 대한 보상이 어려운 만큼, 공공성을 살리면서 개발에 나서는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창규 한양대학교 교수는 "장기미집행 공원시설 해제는 정부와 소유주뿐 아니라 그동안 공원을 이용한 주민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모든 땅의 규제를 다 푸는 것이 아니라 토지에 따라 민간이 개발할 수 있는 부분과 공원으로 유지할 수 있는 부분 등으로 구분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장기미집행 시설이 위치한 땅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장기미집행 시설과 관련없이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인 곳이 있을 수 있다"며 "공원으로 유지할 부분과 매각할 부분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는 반응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되기 전 지자체가 해당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공원 조성사업이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간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전체를 토지매입한 후 공원을 조성, 70% 이상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30% 범위 내에서 비공원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 이와 같은 장기미집행 시설에 대해 개발 의사를 표시한 사례가 2~3건 있었다"며 "다만 모두 민간공원 특례사업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통과되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난개발을 경계하되 점진적으로 규제를 푸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실제 이미 몇 년 전부터 논의가 되면서 일몰제를 예상하고 장기미집행 시설이 위치한 땅 매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난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미집행 시설에 대해 민간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수익을 보상해주는 방법과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해 천천히 규제를 푸는 방법이 있다"며 "시유지와 사유지 중간 정도 개념의 부지를 상정하고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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