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기아차 노사가 지향해야 될 미래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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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산업부 부국장
입력 2017-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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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선택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케 한다. 북한은 6차 핵실험까지 하면서 역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등 관련 당사국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명쾌한 선택에 따른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도 안보상황 못지않다. 2011년 이후 30대 그룹 상장사 실적은 뒷걸음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1인당 매출액은 2011년 10억4899만원에서 지난해 9억5864만원으로 감소했다. 1인당 영업이익은 7351만원에서 6312만원으로 줄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도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우리가 제대로 선택해야 하는 엄중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며 위대한 사상가였던 다산 정약용 선생은 선택의 기준을 네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진(眞)과 비진(非眞), 다른 하나는 이(利)와 해(害). 선택의 우선 순위는 이를 조합하면 4단계로 가려진다. 최선이 진리(眞)이면서 이익(利)이고, 다음은 진리(眞)지만 손해(害)가 되는 선택, 세 번째가 진리는 아니지만(非眞) 이익이 되는(利) 선택이며, 최악의 선택은 진리(眞)도 아니면서 손해(害)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냈었다. 법원은 지난달 31일 1심에서 노조의 손을 반쯤 들어줬다. 사측이 1심 판결로 당장 노조에 지급해야 하는 돈은 4223억원이다. 추후 발생분까지 고려하면 약 1조원 수준이다. 수년간 노사가 서로 통상임금이 아니겠거니 생각했던 돈이다. 자동차업계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과 인상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5000여곳에 달하는 협력사들과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들의 경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차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국내 자동차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아차는 지난 12일 "국내 공장에서 더 이상 특근을 진행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건비 부담 가중이 예상돼 특근을 중단해 임금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향후 사측의 임금체계에 대한 개편 시도가 불가피해 보인다. 노조 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물론 잘못된 관행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노조에는 이익이기도 하다. 소송에서 이기면 1인당 1억1000만원을 더 받게 된다.

그러나 통상임금 문제가 그동안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합의였다면, 암묵적이었다고 해도 소송에 앞서 먼저 지켜야 한다.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게 도리이다. 이게 노조와 사측, 자동차업계, 나아가 우리 경제에 진리이면서도 이익이 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세계 자동차 산업사를 봐도 그렇다. 흥망성쇠의 열쇠는 노사 관계였다. 대립적 노사 관계는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을 고비용 저효율로 무너뜨렸다. 결과는 공장 폐쇄와 대규모 실업, 해외 매각이었다. 노사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준 건 물론이다. 지금 기아차 상황도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과도한 복지 비용 부담에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수모를 겪었다. 영국의 미니, 재규어, 랜드로버 등은 만성적인 파업으로 경쟁력을 잃어 죄다 해외 기업에 팔렸다. 일본 도요타는 1951년 2개월 동안 계속된 파업으로 경영진이 총사퇴하고 근로자의 10%(1500명)가 해고되는 파국을 맞았다.

난세였던 중국 위진남북조시대에 동진(東晋)의 정치가이자 시인이었던 곽박(郭璞)이 절친인 온교(溫嶠)에게 보낸 시에 '이태동잠(異苔同岑)'이란 말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이끼들이 같은 묏부리에 모여 산다"는 의미다. 우리는 각자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묏부리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 하물며 같은 배를 탄 기아차 사측과 노조는 오죽하겠는가. 어려운 시기에는 서로의 욕심을 버리고 대통합을 추구하는 이태동잠의 실천이 필요하다. 기아차는 물론 지금 대한민국 경제상황은 안보 못지않게 난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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