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사립유치원들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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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7-09-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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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지난 주말 사립유치원들이 휴업 일정을 두고 철회와 강행, 철회를 반복하면서 학부모들의 원성만 샀다.

결정이 몇번씩 바뀌면서 모양새가 영 좋지 않아 가뜩이나 나쁜 여론이 더 악화됐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 15일 오후 교육부와 간담회를 열면서 휴업을 철회하겠다고 했다가 16일 새벽 결정을 번복했다.

한유총 투쟁위원회에서 협상 지도부에 요구한 합의문이 공개되면서 원하던 내용들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분위기가 격앙되었다고 한다.

협의에 나섰던 지도부의 일원이던 한유총 이사장까지 “교육부에 속았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협상 결렬로 돌변했고 결국 휴업 강행 선언이 다시 나왔다.

한유총은 휴업 강행 선언 이후 교육부가 구체적인 요구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집단휴업에 참여하는 유치원들에 대해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등 이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전의 감사 실시, 원아모집 축소 등보다 제재 수위가 높은 폐쇄까지 거론되면서 또다시 유치원들은 흔들렸다.

한유총 투쟁위는 교육부의 회견 직후 다시 한번 강경한 대응 방침을 내놓으면서 한유총 이사장도 협상 결렬에 대한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회견을 시작했다.

교육부의 강경한 대응과 투쟁위의 이사장 입원 발언이 분위기를 또 바뀌게 만들었다.

한유총 지도부는 이사장의 입원은 사실이 아니고 강경 입장의 투쟁위가 이사장의 부재로 권한을 위임받은 것처럼 회견을 했다며 반발한 가운데 휴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지회가 늘면서 다시 최종적으로 휴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 사립유치원들이 집단휴업에 나서겠다고 할 때부터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부담을 줄여주는 국공립유치원 50% 확대정책에 사립유치원이 반대한 것부터가 학부모들은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볼모로 제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컸었고, 주말에 결정이 계속 바뀌면서 사립유치원을 바라보는 여론은 더 차가워졌다.

휴업을 하지 않고 정상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번복 끝에 휴업을 그대로 강행했다면 혼란은 더 컸을 것이다.

한 유치원 원장은 18일 월요일 오전에 급하게 장을 보고 있었다.

휴업할 것으로 예상하고 점심 재료를 준비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정상 운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립유치원들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40% 확대 정책과 재정지원, 사립유치원재무회계규칙 변경 등을 주장하고 있다.

원아들이 줄어들게 되는 가운데 국공립유치원만큼 저렴하게 학부모가 이용할 수 있도록 동등한 지원을 요구한다.

재무회계규칙의 경우는 복잡해 보인다.

2013년에도 사립유치원재무회계규칙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됐었다.

정부는 정부 지원금 및 학부모부담 유아 학비가 누수 없이 교육활동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바꿔 사립유치원도 적용을 받도록 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공통과정지원금, 보조금 및 수익자부담수입으로 세입재원을 구분하고 유치원 세입·세출 결산표를 신설해 세출예산 과목에서도 지원금 및 보조금, 부모부담수입, 기타 등 세입재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사립유치원은 법인이 아닌 개인 소유가 많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유치원들의 주장이지만, 이전보다 정부의 관리가 빡빡해지는 것이 못마땅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소유가 대부분인 만큼 감사 축소도 요청하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은 이번 휴업 과정에서 욕은 먹었지만 이러한 쟁점들이 부각된 것은 성과라고 여기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없이 앞으로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와 사립유치원들의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방안들을 모아 휴업을 거론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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