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칼럼} 몰이성과 실용의 중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서명수 칼럼니스트 · 서명수 슈퍼차이나 연구소 대표
입력 2017-09-19 2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서명수칼럼
 

[사진=서명수 칼럼니스트 · 서명수 슈퍼차이나 연구소 대표 ]


몰이성과 실용의 중국

중국 택시기사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해 무례할 정도의 엄중한 항의를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며칠 전 중국에서 겪은 일이다.
중국 베이징 근교의 휴양지인 청더(承德)에서 택시를 탔다가 “어디서 왔느냐”는 택시기사의 물음에 ‘한국’이라고 대답한 것이 화근이었다.
택시기사는 한국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왜 한국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배치를 밀어붙이느냐“며 화를 냈다. 예상치 못했던 택시기사의 사드 반발에 당황스러웠지만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다가 낭패를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화제를 돌리려 했으나 기사는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사드 얘기를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국정부가 사드 추가배치를 마쳤고, 중국의 각종 매체는 성주에 방송중계차를 동원하면서까지 생중계를 하면서 난리를 쳤다.
택시기사로부터 뜻밖의 항의를 받고 택시에서 내리고 나서야, 큰 사고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맞대응하다가는 자칫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과 우려가 들면서 간담이 서늘해졌다. 보통일이 아니었다. 주중한국대사관이 중국 여행에 나선 한국인과 교민들에게 위챗(微信)을 통해 조심할 것을 알린 ‘경보’가 현실화되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택시에서 내리는 내 등 뒤에서 식당 주인에게 ‘이 사람들 한국인’이라고 전하면서 은연중 잘 대해주지 말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사회가 과거 인류역사상 최악의 재난이라는 ‘문화대혁명’ 같은 시대를 겪었던 것처럼, 이성보다는 ‘몰(沒)이성’ 같은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분위기가 급격하게 조성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중국은 인터넷마저도 ‘만리방화‘라는 통제시스템으로 감시·관리하는 통제사회라고 해도 무방하다. 철통같은 통제시스템을 통해 중국에서는 ’페이스북‘ 같은 SNS는 물론 유튜브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VPN 등을 통해 통제시스템을 우회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택시기사 같은 일반인이 중국 정부에서 주장하는 논리에 따라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사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드문 일이다. 그들에게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설명하고 사드 배치는 자위조치일 뿐이라고 해봤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사드는 중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 이외에 다른 어떤 설명도 지금으로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되돌릴 수 없을 것 같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에는 강대국의 패권주의가 강하게 묻어난다. ‘감히 한국 같은 소국이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오만함마저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사드에 대한 중국과 중국인의 반응을 접하고 난 후에야 지금까지 우리가 중국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식으로 우리가 갖고 있던 투 트랙이 완벽하게 깨진 셈이다.


이 같은 사드 분위기와 동시에 베이징 거리 도처에 깔려 있는 노란색과 붉은색, 혹은 푸른색의 공유자전거 행렬이 상징하는 ‘실용’ 중국 역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위챗’으로 무장한 모바일 결제시장 역시 중국인의 일상생활을 바꾸고 있다. 지갑 없이 ‘QR코드’만으로도 소비시장의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1위안(170원)이면 한 시간 동안 탈 수 있는 공유 자전거의 등장은 중국 전역의 교통문화는 물론 소비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공유 스쿠터와 BMW 같은 고급 공유 카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국의 공유경제는 다양한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사드를 핑계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배척하고 혐한(嫌韓) 기류를 조성하려는 분위기가 노골화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해주는 모습들도 여전했다. 위챗과 연동하려고 베이징의 한 현지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려고 하자, 은행직원은 30여분 동안 친절하게 도움을 줬다.
새로운 구매 패턴으로 자리잡은 타오바오(陶宝·taobao)와 징둥(京東·JD.com) 등의 택배 물류시스템도 베이징 거리를 장악했다. 중국 전역에서 당일 택배 혹은 무료배송이 가능한 물류시스템은 가히 혁명과 다름없었다. 그런 시스템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식당은 물론 젠빙(煎餠)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에서도 현금을 내는 사람은 보기 어려웠다. 계산대 앞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재빠르게 계산하는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이방인이라는 증거였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의 혁신은 ‘실용’ 이라는 기준 이외의 규제는 모두 없애버린 중국 핀테크의 결과다. 우리가 2중, 3중의 공인인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중국은 간편 인증으로 시장을 열었다.
사드 이후 중국시장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부진과 고전이 사드 때문으로 호도되는 일이 적지 않다. 사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조치보다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기업과 정부가 더 문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