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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초대석]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대기업과 조화된, 신명나는 '벤처 춤판' 필요하다”

송창범 기자입력 : 2017-09-20 08:00수정 : 2017-09-20 08:00
벤처들, 현재 머무르지말고 미래기술 준비해야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후배 벤처기업들에 "항상 두 번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 벤처기업협회 제공]


“대기업들이 너무 움츠려 있습니다.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재계‧대기업과 조화가 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춤판이 만들어져야 만 가능한데, 오히려 춤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은 이 부분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 중기부 탄생 2개월. 하지만 중소벤처 정책을 이끌어갈 장관 자리는 아직도 비어 있다. 중기부 수장 공석의 장기화 우려 속에 지난 8일 벤처기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판교 크루셜텍 본사에서 만났다.

안 회장은 중소벤처 중심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현 정부가 아직도 정책을 이끌 수장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신명나게 진행돼야 할 벤처생태계에 춤판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부터 표출했다. 중기부 장관 인사가 미궁에 빠지면서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안 회장은 “산재해 있던 벤처 관련 지원을 통합 운영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벤처업계의 현실을 알고, 현안을 해결할 인물이 필요하다”며 “초대 장관은 벤처업계의 숙제인 창업규제 완화와 회수시장 활성화 및 창업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벤처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부처 간의 협력과 국가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능력으로 혁신창업생태계 기반을 조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초대 장관에 대한 이상형을 제시했다.

인터뷰 당시만 해도 안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박성진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조언에 가까웠으나, 이제는 중기부 장관 재인선을 앞둔 청와대가 고려해줘야 할 부분으로 바뀌었다. 박 후보자는 국회의 압박에 이기지 못해 지난 15일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가 벤처기업 태생이란 점에서 안타까움이 클 법하지만, 오히려 안 회장은 “벤처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소상공인 인력 및 기술보호 등 여러 정책을 동시에 담당해야 하는 자리”라며 “포용력과 강한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최대 골칫거리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 부분에 대해선 중소기업‧소상공인과는 완전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안 회장은 “중소기업계가 한 가지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소기업 내에서도 서로 사정이 다르다”며 “벤처기업계는 이번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린 최저임금 1만원 수준이 당연히 넘고, 근로시간 단축에도 초기 제조업을 제외하곤 이의가 없다”고 말해, 이 부분에 대해선 중소기업중앙회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

사실 그는 지난 2월에 협회장에 취임, 업계를 진두지휘한 지는 6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이 문재인 정부로 급박하게 바뀌는 등 많은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끝없는 도전과 변화’란 자신의 사명에 맞춰 협회와 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준 상황이다.

중기부 출범에 맞춰 내부적으론 협회 조직을 개편해 혁신벤처연구소를 설립했고, 외부적으로는 ‘벤처스타트업위원회’를 꾸리는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서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제안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 강화 목적으로 탄생시킨 연구소는 서울 구로의 협회 사무실이 아닌, 안 회장의 회사인 판교 크루셜텍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안 회장이 언제나 상황을 체크하고 보고 받아 업계를 살피겠다는 적극성이다. 또 위원회는 현안 이슈와 정책 제언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역할을 맡아 업계의 결집된 목소리를 대변한다. 중기부 출항과 동시에 함께 항해할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처럼 안 회장이 과감하게 벤처기업계만을 위한 색깔을 내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 이유는 그의 기업 성공 신화에서 증명해온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안 회장은 세계적인 ‘모바일 지문인식 모듈’ 기업인 크루셜텍을 키워내 벤처기업 신화로 불린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수없는 도전과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 현재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회 초년병 시절을 삼성전자에서 시작했던 안 회장은 “이곳을 나와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창업에 ‘도전’하면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벤처 열풍이 거세지던 2001년 크루셜텍을 창업, 광통신 모듈을 기반으로 초반 잘 성장했지만 버블 붕괴로 한 차례 위기에 몰렸던 그는 “당시 위기극복을 위해 모바일에 도전했다”며 도전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그는 초소형 모바일 광마우스인 옵티컬 트랙패드(OTP)를 세계 최초로 개발,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고, 주저앉지 않은 채 오히려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 도전으로 세계 최초로 모바일 지문인식 모듈인 BTP를 개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계속 도전거리를 생각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안 회장은 “지금도 신기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후배 벤처기업들에는 “항상 두 번째에 대한 준비를 잘해야 한다. 현재 본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다음을 준비하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 회장의 다음 도전이 더욱 궁금해지는 만큼, 도전이 계속될 벤처기업계의 앞날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사진= 벤처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