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대학 기숙사] ②주민들 "임대자 수요 떨어져 생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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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이 기자
입력 2017-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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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 "주거·교육권 위해 반드시 필요"

  • 님비 갈등 여전…지자체, 중재 나서지만 역부족

대학 기숙사가 님비(NIMBY·특정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지역 주민들이 피하는 현상) 시설로 자리잡고 있다. 대학생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숙사를 필요로 하지만,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미치는 상황이다. 대학생 주거난이 심해지면서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늘었지만, 정작 기숙사 예정지마다 인근 주민들은 거세게 반대하는 모양새다.

20일 오후 한양대 총학생회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숙사 신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총학 측은 "한양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지난 3년 간 평균 11.1%에 그쳤다. 제7 기숙사 신축은 학생들의 주거권과 교육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학생 5200명의 서명을 서울시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양대는 고려대와 함께 대표적인 기숙사 갈등 사례로 꼽힌다. 각각 2015년, 2013년에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인근 원룸촌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서는 학생 수천명이 기숙사를 지어달라고 탄원서를 낼 정도로 수요가 높다.

총신대도 지난 7월 기숙사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공사 현장의 안전 문제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급기야 주민 집단민원이 제기돼 서울시 갈등조정관이 직접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서울 성북구에 지으려는 대학생 행복연합기숙사 역시 안전을 이유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세종대, 이화여대 등이 모두 주민 반발이란 홍역을 치르고서야 기숙사를 지을 수 있었다.

현행법상 기숙사는 시 등 관할 지자체가 건축 허가를 내줘야만 지을 수 있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의 반발이 심하면 인가를 내기가 어렵다.

일부 주민들에게 기숙사는 생계와 치안을 위협하는 기피시설로 취급된다. 특히 대학 주변에 형성된 원룸 임대 사업자들은 반대 의사가 강경하다. 기숙사가 생기면 원룸 수요가 떨어져 임대업자들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대학생 행복 기숙사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지자체가 갈등 중재에 나서긴 하지만 주민과 대학, 학생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 보니 공사 지연 사태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면서까지 기숙사 건설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갈등을 봉합하고 성공적으로 기숙사를 연 학교들은 '학교와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이란 가치를 강조한다. 2학기를 맞아 교내 첫 기숙사를 연 광운대도 그 중 하나다. 기숙사가 없던 광운대는 최근 몇 년간 서울 외 지역 출신 학생 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기숙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으나, 인근 원룸 사업자들이 학교를 항의 방문하는 등 민원이 이어졌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4년 내내 기숙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기숙사를 지으면 타 지역 출신 학생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으니, 학교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논리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일각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비영리단체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교육 권리 측면에서 기숙사가 학교 주변에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고양시 삼송동 등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에 지어지고 있다"면서 "기숙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갈등조정관은 "고려대, 한양대 등 갈등이 심한 곳을 뽑아서 '갈등 평가'를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갈등 당사자들이 어느 시점에 조정이 이뤄지길 바라는지 등을 연구하면 향후에 갈등 조정책을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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