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자체 핵개발·전술핵 재반입 동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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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7-09-1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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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주 유엔순방 앞서 美CNN과 인터뷰…"핵으로 맞설 경우 남북평화 유지되기 어렵고 동북아 핵경쟁 촉발"

  • "한미FTA 폐기는 성급“ “한미 FTA는 상호호혜적...더 발전시키자는 미국 요구에 충분히 동의”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미국 CNN 방송 폴라 핸콕스 서울지국 특파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자체 핵 개발과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한국의 국방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생각을 같이 하나, 북한의 핵에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한다면 남북 간 평화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핵에 대응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 개발을 해야 한다거나, 우리가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자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북한에 대응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자체 핵무장이 동북아시아 핵무장 레이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인터뷰는 유엔총회 참석차 다음주 뉴욕 순방을 앞두고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얼마나 엄중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대단히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주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북한 자신과 남북관계, 세계평화도 위협하는 대단히 무모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개발 의도에 대해서는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욕심은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특히,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을 용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조치와 관련, "앞으로 북한이 계속해서 도발할 경우, 이제 국제사회는 석유류 공급 중단의 폭을 더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분명히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앞 소공원에서 CNN 방송 폴라 핸콕스 서울지국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한국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제거할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도발할 경우 한·미는 이를 조기에 무력화할 확실한 연합방위력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에 적대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또 "우리는 북한 정권의 교체를 바라지도 않고 흡수통일·인위적 통일 구상도 없다"면서 "그러나 외교적 해법을 위한 대화의 여건이 마련되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적어도 핵을 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유화적'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해석되는 트윗을 올린 데 대해서는 "좁은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없다"며 다른 견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모두 함께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미국 CNN 방송 폴라 핸콕스 서울지국 특파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7.9.14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문 대통령은 “더 호혜적인 무역협정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개정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제대로 협의도 해보지 않은 가운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미리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폐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고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화가 시작된 만큼 양쪽이 가슴을 열고 보다 호혜적인 무역협정을 위해 서로 성실하게 대화하고 협상하자는 제의를 미국 측에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우선 한·미 FTA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FTA를 통해서 한·미 동맹이 군사적 동맹을 넘어 경제적인 동맹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 가 발효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전세계 교역량이 12% 줄어든 반면, 한국과 미국 간 교역액은 12% 늘었다”며 “한국의 수입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에 모두 호혜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며 “그점에 대해서는 한·미 FTA의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서 분석·평가하면 미국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FTA를 더 호혜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미국의 희망에 대해 우리도 충분히 동의한다”며 “그 점에 대해 한국은 열린 자세로 미국과 건강한 협의를 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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