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박성진 부적격 의견에 담담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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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7-09-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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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당 "與 '땡깡' 발언 사과않으면 김명수 인준협의 불응"… 청와대 '여론 추이' 예의주시

[사진=청와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이 담긴 인사청문보고서를 받아든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티타임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국회가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담긴 인사청문보고서를 청와대에 송부한 데 대해 "담담하게 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주어진 구조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국민께 그대로 말씀 드릴 수밖에 없다"며 "너무 정무적 판단이나 계산을 하지 말고 담담하게 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라인 문책론과 관련, 이 관계자는 "인사문제가 생긴 데 대해선 사과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그러나 그것이 문책으로 가야 할 부분인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 청와대의 선택지는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철회, 임명강행 세 가지뿐이다.

사실상 여당까지 ‘부적격’ 의견으로 돌아서면서 청와대는 사면초가에 놓인 격이 됐다.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이후 하루가 지나도록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담보’를 협상 카드로 내세우며 ‘버티기’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땡깡' 등 표현을 쓴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의 사과가 없으면 김 후보자 인준안 상정 등 어떤 절차적 협의도 하지 않겠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더욱이 김 후보자의 인준에 대해 ‘당론 찬성’이 아니라 의원자율투표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김이수 부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청와대로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인 사법개혁의 동력을 살리려면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김 후보자 임명 문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박 후보자 문제를 섣불리 풀 수 없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김이수 부결 사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서 정국 주도권까지 야당으로 넘어가게 되면 향후 입법·예산 심사까지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여론의 추이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어느 때보다 엄중해진 안보 상황에서 사드 임시 배치 강행과 출범 초부터 끊이지 않은 인사 참사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연 3주째 하락세다. 박 후보자 문제를 끌면 끌수록 청와대의 책임론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이수 부결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했고, 애당초 ‘뉴라이트 역사관’ ‘창조과학론’으로 논란이 큰 박 후보자를 인사청문회까지 세운 것 자체가 무책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당청관계까지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다음주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일정 등을 내세워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는 국회 본회의가 28일인데 대법원장 임기 종료가 24일”이라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의 공백을 초래하게 될 상황인데 이건 여야 모두 부담"이라고 꼬집었다. 

헌정사상 최초의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야당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런 상황과 본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유엔 순방 전에 어떤 게 이뤄진다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문보고서가 (오늘) 청와대에 도착했는데 임명하거나 철회하는 데엔 기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박성진 카드를 버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야당의 상황으로 보면 (양자가) 연결돼 있는 것 같지 않다"면서 사실상 국민의 당에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만약 이번 주말까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여야 합의로 28일께 열릴 가능성이 커서 그때까지는 박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박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썩 달갑지 않고, 청와대가 '부적격' 의견을 채택한 국회의 뜻을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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