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약자의 반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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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7-09-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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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는 말을 종종 한다. 보통 특정 분야에서 약자에 속한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강자는 뭐든 혼자서도 잘 해낸다. 주변 환경이 강자에 유리하게 갖춰져 있어서다. 그들은 어떤 어려움을 이겨낼 물질적인 여유도 갖고 있다. 냉소적인 시각 같지만 현실이 그렇다.
 
배우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 등이 출연한 영화 '조작된 도시'를 봤다. 크게 흥행한 작품은 아니지만 네티즌들의 평가가 아주 좋다. 줄거리가 흥미진진하고, 액션이 멋있는 것도 인기의 이유다. 그런데 사람들이 열광하는 더 큰 이유는 약자들이 힘을 합쳐 부조리한 현실을 이겨낸다는 결말 때문이다.

속칭 게임 폐인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이들 중 취업에 실패한 백수도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은둔생활을 하는 히키코모리도 있다. 서로 얼굴도 모른다. 단지 인터넷 상에서 모여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분을 유지한 게 전부다. 그런데 주인공이 누군가의 음모로 살인 누명을 뒤짚어 쓰고 감옥에 간다.

그러자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낀 게임 친구들이 발 벗고 나서 힘을 모은다. 결국 주인공은 누명에서 벗어나고, 범인도 잡는다. 어쩌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뻔한 결말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통쾌함을 느꼈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약자의 억울함을 해소해줬기 때문이다.

영화니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의 최대 약자인 개인투자자들도 분명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다. 그러나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분명 기업과 경영진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뭐라 한마디 바른 소리를 하기 쉽지 않다.

오르내리는 주가를 지켜보며 한숨만 내쉬어야 한다. 그래도 방법이 없진 않다. '십시일반'이라고 했다. 밥을 한 숟가락 씩 보태면 한 그릇이 된다. 각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합쳐지면, 만만치 않은 외침이 되게 마련이다.

요즘 일부 기업의 소액주주들이 뭉쳤다. '산으로 가는' 기업 경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다. 유가증권시장 소형주인 태양금속의 소액주주들은 동양그룹, 금호타이어 등의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전국상장법인소액주주연합행동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소액주주운동을 조직화할 계획이다.

다른 상장사의 소액주주들까지 조직 범위를 확대해 소액주주를 위한 법 개정 등을 국회에 요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의 소액주주들도 연대를 결성해 방만 경영과 주가 하락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1차적으로 투자자 개인이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다. 어차피 주식 투자는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게임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에 대한 믿음에 투자하는 일이다. 기업은 투자자들의 믿음에 최대한 응답하고 보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전제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순간에도 어떤 기업은 회계 장부를 조작하고, 어떤 경영인은 주가 조작을 구상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소액주주들이 기업을 감시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는 현실적으로 없다.

그래서 뭉치는 것이다. 혼자라면 작은 존재겠지만, 여럿이 모인다면 서로 의지하고 힘을 키울 수 있어서다. '조작된 도시'처럼 조작된 증시가 있어선 안 된다. 만약 조작된 게 있다면 정확히 진실을 밝혀내 뜯어고쳐야 한다.

누군가 해주길 마냥 기다려서도 안 된다. 특히 강자가 약자를 대신해 싸워줄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나서는 편이 낫다. 그러기 위해선 약자들이 뭉치고 올바른 의견을 내야 한다.

물론 약자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집단 이기주의로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아무쪼록 약자들의 반란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기업과 주주들이 상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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