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1코노미'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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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7-09-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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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소비주체로 떠오르는 ‘1人 가구’… 중국 산업지형 바꾼다

  • 바링허우 세대·노인들 중심 '1인 경제' 확산… '나만의 작은 사치'에 돈 안아껴

  • 1인용 여행가방·셀프네일·화장품·간식·애완동물 인가… O2O 시장도 급성장

‘1코노미’가 당당히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y’의 합성어다. ‘1인 경제’다.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2년 뒤인 2019년에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족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29.1%로 가장 높아지고, 2045년에는 36.3%까지 오를 것이라는 게 통계청 전망이다. 복지와 소비 지형도 1코노미 위주의 지형으로 바뀔 전망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이란 용어들이 생겨났다. 그러니까 ‘1코노미’는 이 모든 혼자 하는 경제행위들의 총집합체 개념이자 소비권력의 주체로 떠오른 1인 가구의 경제력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인간관계의 권태기를 의미하는 ‘관태기’와 맞물리면서 ‘1코노미’가 확산되고 있다. 4등분 수박이 나오고 반토막 생선이 등장했다. 그것도 기존 상품을 대충 잘라 파는 것이 아니라 소용량 전용상품으로 기획된 제품이다.

‘1인분’ 기준도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한 사람이 1~2회에 소비할 수 있는 분량을 소용량 상품의 기준규격으로 설정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의 1회 권장 섭취량과 요리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서다. 시금치 3분의1 묶음, 소등심 150g 규격 상품도 그렇게 탄생했다. 1인용 초밥집, 1인용 고깃집, 1인용 여행상품, 1인용 주택이 등장한지는 오래다. ‘파워 컨슈머’로서의 1코노미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도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1코노미’가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며 산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1코노미의 특징 중 하나는 큰 소비는 줄이는 대신 자신을 위한 작은 소비를 즐기는 것이다. 또 ‘나를 위한 작은 사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확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에서 ‘1코노미’ 영향력은 산업 전반에 걸쳐 쓰나미처럼 일어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경제력 상승에 따른 여행 수요가 많아지면서 여행용 트렁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 산업정보망에 따르면 트렁크 수요 연평균 증가율이 19.5%에 달한다. 젊은 세대들이 실용성을 뛰어넘어 다양한 디자인과 자기만의 개성 표현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브랜드인 샘소나이트(Samsonite)와 아메리칸 투어리스터(AMERICAN TOURISTER), 프랑스의 델시(DELSEY), 일본의 에이스(ACE), 이탈리아의 코보(COBO) 등 해외 고급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셀프 네일(self-nail) 시장도 새롭게 떠오르는 ‘1코노미’ 시장이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은 손톱을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닌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성 취업률이 증가하면서 네일숍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스스로 네일 아트와 손톱관리를 할 수 있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네일 케어부터 네일 아트까지 1시간 이상이 소요돼 네일숍을 방문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타깃이다.

‘1코노미’ 시장으로 여성들의 성형을 빼놓을 수 없다. 전문 직업을 가진 젊은 여성층의 월수입은 2만 위안(약 340만원)에서 2만5000위안(약 420만원) 수준이다. 도시에서 혼자 사는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아 성형의 주요 소비층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아시아 최대 남성용 화장품 시장이기도 하다. 1인 가구 남성의 증가에 힘입어 아시에 최대 남성용 화장품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2017년 남성용 화장품 산업 검색 보고’에 따르면 남성용 화장품 연관검색어 성장률이 연간 30%를 기록할 정도다.

‘1코노미’는 중국의 간식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의식이 높아지면서 간식도 건강식을 찾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사탕과 과자, 아이스크림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견과류 등 건강한 성분으로 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민텔(Mintel)이 발표한 올해 중국 간식 소비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견과류를 찾은 소비자가 6개월 전에 비해 40%나 증가했다. 맛있고 편리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1인 가구주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상품 중의 하나가 ‘시리얼’이다. 직장을 찾아 1~2선 도시로 나온 젊은이들이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식사 방식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슬레나 켈로그 등 우유에 타서 바로 먹을 수 있는 RTE(Ready to Eat) 시리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우유 소비도 덩달아 늘고 있다.

‘1코노미’ 경제 주체들의 높아진 건강의식은 세계 최대인 중국 라면시장의 판도도 뒤흔들고 있다. 일반 라면시장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반면 웰빙 라면시장은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웰빙라면 시장의 성장은 도시화가 빨라지고 경제 수준이 높아진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 홀로 삶’을 즐기는 중국의 1인 가구 젊은이들, 특히 대도시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구강건강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족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구강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바오가오다팅(報告大廳)에 따르면 중국 국민의 60%가 구강질환을 앓고 있다. 2명 중 1명꼴로 구강질환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구강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동칫솔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중국의 전동칫솔 수입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18% 성장했다.

‘1코노미’의 핵심인 90後(후), 95後(후)(1990년, 1995년 이후 출생한 사람들) 중국 젊은이들은 수입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 행사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하며 정보습득에 빨라 수입 상품의 주요 소비층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화장품이다. 향수, 미용도구, 의류, 장신구, 스포츠 용품(특히 운동화, 조깅화)도 인기가 높은 품목이다.

중국 젊은 세대들의 수입상품 구매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기존의 해외직구, 직접구매에서 공식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매방식이 바뀌고 있다. 결제와 배송이 더욱 편리하기 때문이다. 공식 온라인 플랫폼인 웨이핀후이(唯品會), 미야(密芽), 톈마오궈지(天貓國際), 징둥췐츄고우(京東全球購) 등을 통한 구매가 보편화되고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운동도 단체운동보다는 요가와 수영 등 개인운동을 선호한다.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코노미’는 젊은이들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1인 가구인 노인들에게도 해당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인 경제’를 영위하며 혼자 사는 삶은 외롭기 마련이다. 1코노미 경제 주체들이 애완동물을 선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애완동물 서비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배경에 ‘1인 가구’의 외로움이 있다.

중상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애완동물산업 시장규모는 1220억 위안(약 20조5000억원)이며, 올해 말에는 1500억 위안(약 25조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2000억 위안(약 3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완동물 산업도 단순한 애완동물 용품과 식품 시장에서 벗어나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되고 있다. 애완동물 훈련, 영상촬영, 보험, 애완동물 위탁배송, 장례 등으로 서비스 시장이 세분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란런(懶人) 경제’도 1코노미의 대표적인 현상 중의 하나다. ‘란런(懶人·게으른 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상품 및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되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게으른 자’는 바쁜 일상으로 인해 가사노동시간을 최대한 압축하려는 도시인을 비롯 배달음식을 시키는 직장인과 소비자 등을 지칭한다.

주로 20~30대의 젊은 층이며,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와 더불어 음식배달 등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상 심부름을 시키는 대학생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란런 경제’ 현상에 발맞춰 로봇청소기와 토스터 등 소형 가전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O2O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O2O 서비스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의 줄임말로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O2O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자택방문형 서비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배달 종류도 늘고 있다. 음식배달은 물론, 꽃, 케익, 과일, 야채, 약품, 생필품까지도 배달한다. 아침을 거르는 ‘란런’들을 위한 아침 식사 배달도 가능하다.

중국 O2O 시장은 ‘IT 공룡’들까지 합세해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 텐센트,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 등 ‘IT 공룡’들이 O2O 산에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1코노미’는 산업의 전반에 걸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인 식기 용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셀카 찍어주는 드론’까지 등장했다. 1인 가구 증가와 비혼족(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1코노미’는 이제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작지만 실용적이고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효용)를 지닌 상품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1코노미’를 향한 기업들의 발걸음과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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