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자제재 보다는 유엔 안보리 지렛대 선택…원유금수는 마지막 카드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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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7-09-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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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AP]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 3일 북한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한 뒤 일주일을 갓 넘긴 시점이다. 이처럼 발빠른 조치는 미국이 이번 도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 "미국, 안보리의 단결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
 
그러나 이날 통과된 제재안은 당초 미국이 제안했던 초강력 제재의 핵심 내용인 원유 수출금지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개인에 대한 제재 내용이 빠졌다.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과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 등 미국과 우방에 대한 도발을 이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fire and fury)라는 자극적인 수사까지 사용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강력한 압박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규모의 핵 실험을 하면서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교역하는 모든 나라와의 교역을 단절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이른바 세컨더리보이콧의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는 "북한은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동참을 호소했다.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대북수출 봉쇄와 김정은 개인의 자금 동결, 여행 금지 등의 제재 초안도 북한이 고통을 느낄 만한 압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직접적으로 강력한 독자제재에 나서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안보리를 북한 압박의 지렛대로 선택했다. 노트르담 대학교의 평화학 교수이자 북한에 대한 제재부문에 있어 전 유엔 전문가인 조지 로페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강경한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제재 수위를 조정했으며, 이는 안보리가 함께 뭉쳐 제재를 가하는 것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 뒤 미국과 한국 등이 나서 대북 원유봉쇄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의 불안정화와 민간인의 고통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CNN은 "중국은 북한의 붕괴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미군이 북한에 주둔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새로운 대북 제재안이 통과 뒤에 헤일리 대사는 "북한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제재는 북한에 부과된 가장 강력한 제재이며, 북한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 미국이 독자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후 미국 내 언론 사이에서도 다양한 독자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특히 금융분야에 대한 집중제재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CNBC는 지난 4일 "북한의 핵실험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중국 주요 은행들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터프츠대 외교대학원의 이성윤 교수 역시 지난 8일  LA 타임스의 기고문에서 "2016년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는 수단, 짐바브웨, 쿠바, 콩고민주공화국 등 미국 안보에 훨씬 덜 위험한 국가들에 가하는 제재보다 약한 수준이었으며, 이란, 이라크, 발칸 국가들에 가한 것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것이었다"면서 "이란과 거래한 프랑스의 BNP 파리바에 890억 달러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린 것과 같은 강력한 조처가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은행, 기업들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원유는 기존수준 동결·정제유 200만배럴 절반 제한…섬유수출 금지·북한 고용금지 등도 타격 클 듯 

이번 제재안에서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 제한량은 지난 12개월 추산치인 연 400만 배럴로 동결됐다. 연 450만 배럴로 추산되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수출 역시 200만 배럴로 상한을 설정했다. 한편 천연가스와 천연가스 부산물의 경질원유 응축액 등은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이번 제재안이 초기보다는 다소 완화된 가운데, 북한의 추가도발이 이어질 경우 원유 완전봉쇄가 마지막 카드로 쓰일 수 있다. 

한편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섬유 수출의 길은 완전히 막혔다. 섬유는 북한의 2위 수출품이다. 해외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의 신규 고용 역시 금지됐다. 다만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에서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할 경우에는 가능하다. 기존 고용 노동자의 경우에는 계약이 만료될 경우 신규로 고용할 수 없다.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도 의무화에서 다소 후퇴해 금수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유엔 회원국이 공해 상에서 선박 국적국 동의 아래 검색하도록 했다.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항구로 이동시키고, 이도 거부할 경우 자산 동결 조치의 대상이 된다. 한편 북한과의 합작 사업체를 설립, 유지, 운영하는 것 역시 전면 금지됐으며, 기존의 합작 사업체도 120일 이내에 폐쇄해야 한다.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 등 개인 1명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등 3개 핵심 기관은 자금동결과 여행금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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