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정동력' 제동 불가피…'시계제로' 强대强 정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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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09-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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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 후폭풍

  • 與·靑 '전략적 실패' 책임론 부상

  • 국민의당·보수 야당 역풍 우려도

  • 역대 최장 헌재 공백부터 막아야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직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9월 정국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에 빠졌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1일 부결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안이 처음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장 임명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 1월 말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퇴임 이후 헌재소장은 역대 최장 공백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인사 난맥상 등으로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청와대는 이날 “상상도 못했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당인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도 부결 책임론에 휩싸였다. 

‘김이수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보수야당도 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정국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진 셈이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의 ‘강(强)대강’ 대결 구도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金 인준안 부결, 가부 각 145표··· 찬성 2표 부족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이수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출석 의원 293명 가운데 찬성 145명·반대 145명·기권 1명·무효 2명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찬성에서 2표가 모자란 셈이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20대 국회에선 ‘김이수 임명동의안’을 재상정할 수 없다.

김 후보자의 낙마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에 이어 여섯번째다.

다만 표결 낙마는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당·청이 9월 정기국회 돌파의 첫 번째 단추로 김이수 임명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였으나 전략상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인사 난맥상 후폭풍이 이전 낙마한 5명의 후보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얘기다.

특히 내우외환에 휩싸인 문 대통령의 국정동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여론정치’에 의존했던 문 대통령으로선 국정운영 전환이 불가피하다. ‘야당의 찬성 없이는 어떤 입법도 통과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현실화된 만큼, 협치 지렛대 마련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도 불투명하게 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로 여야 협치의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며 “문 대통령도 국정운영 기조를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대로 ‘고’하면 개혁입법안은 모두 좌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김이수 재상정 불가··· 헌재 공백 사태 장기화

여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각 “몹시 안타깝다”,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부결 책임론’을 야권에 돌리면서 여야 협치를 사실상 걷어찼다. 추 대표는 민주당 이탈 논란에 대해 “120명 의원이 다 표결에 참여했다. 한 표의 이탈도 없다”면서 “(부결 사태는) 당리당략적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애초 군 동성애 처벌 군형법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 후보자의 전력을 문제 삼으며 반대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보다는 ‘자유투표’로 임한 국민의당 내부의 전략적 반대투표로 부결됐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호남 경쟁자인 국민의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퍼부었다. 또한 즉각 최고위원회의·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정국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당”이라고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김 후보자 가결 시 헌법재판관 중 대통령 몫이 4명으로 늘어나는 점을 우려,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야당도 “남 탓하지 말고 중립적 인사를 임명하라”고 대여 압박에 나섰다.

더 큰 문제는 헌재 공백 사태다. 헌재는 사법부의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정치권의 ‘네 탓 공방’으로 사실상 구성 자체가 무력화됐다. 문 대통령이 새로운 인사를 임명하더라도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10월을 넘길 공산이 크다.

경우에 따라 주요 사건 결정이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소원 인용 등의 가결 요건은 재판관 7인 이상 출석, 6인 이상 찬성이다. 이유정 전 후보자까지 낙마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8인 체제’에서는 위헌 의견이 과반(5대3)이더라도 위헌 결정을 선고할 수 없다. 최 원장은 “여야는 대승적 차원에서 헌재 공백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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