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변호사, 헌법 전문, 그리고 동양" 세가지 한자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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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학과 교수
입력 2017-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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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학과 교수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상용되는 주요 한자어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 

첫째, ‘변호사'다.  ‘변호사(辯護士)’를 중국에서는 '律師(율사)', 일본에서는 '弁護士(변호사)'라고 한다.

19세기 말 서양의 문물이 봇물처럼 동북아에 들이닥치자 일본은 원래 중국 한자에 없던 서양의 ‘democracy’를 ‘민주(民主)’로, ‘liberty’를 ‘자유(自由)’로 표기하는 등 걸작으로 평가할 만한 용어를 번역해냈다. 단, 'lawyer'를 ‘변호사’로 번역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일본은 'lawyer‘를 주로 재판에서 변론만 하는 송무업무 종사자라는 어감을 주는 ’변호사‘로 번역, 원어의 의미를 왜소화시키는 후과를 초래했다 .’변호사‘라는 직업 명칭만으로는 세상을 밝고 고르게 조율하는 법률 전문가라는 함의를 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변호사'라는 직명은 미국과 유럽 등지의 'lawyer‘가 재판에서의 변호뿐만 아니라 기업법률자문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의미가 배치된다.

따라서 갈수록 누적되는 로스쿨 출신의 'lawyer‘ 들의 원활한 사회진출을 위해 ’재판에서 변호만 하는 사람‘의 어감을 주는 ’변호사‘라는 직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재판 송무뿐만 아니라 의료·교육·경영·노무·세무·전문기술·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하는 ‘율사' 또는 원어 그대로 ’로이어‘로 개칭하는 게 어떠할까.

둘째, 헌법 ‘전문’이다.  헌법 ‘전문’을 중국에서는 ‘서언(序言)'이라 부르는 반면, 일본에서는 ‘전문(前文)’이라고 한다.

그런데 헌법 ‘전문’이라면 헌법의 머리글인지, 헌법 전체 조문을 일컫는 ‘전문(全文)'인지 구별할 수 없는 게 탈이다. 국민 모두가 주인인 민주국가에서는 법은 소수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좋은 법이란 누구든지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우리 법조문을 일반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은 법 제정 당시 일제의 법조문을 토대로 70여년 전에 쓰던 일본식 한자어를 거의 그대로 우리 법조문에 차용하여 정착시켜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이자 근본대법이다. 그런 헌법 첫머리부터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는 현실은 부끄럽다. 필자는 헌법 개정 시에 헌법 ‘전문’을 헌법 ‘서문’ 또는 헌법 ‘머리글’로 바로잡기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동양’이다. ‘동양(東洋)’을 중국에서는 ‘東方(동방)’, 일본에서는 ‘東洋(동양)’으로 표기한다. 전통적 대륙 국가인 중국에서 ‘東洋’은 대개 해양국가 ‘일본’을 가리킨다. 하지만 필자는 동쪽 지방이라는 ‘동방’보다 동쪽바다를 의미하는 ‘동양’을 그대로 쓰는 게 눈과 귀에 익숙하고 어감도 좋고, 무엇보다 21세기 해양시대에 걸맞아 좋다고 생각한다.

강효백 경희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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