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47] 사냥이 곧 전투인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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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규 칼럼니스트
입력 2017-09-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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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전쟁 틈틈이 대규모사냥

[사진 = 호레즘 원정 중 사냥]

칭기스칸은 몽골 초원을 통일하고 세계 정복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간을 병사들과 사냥을 하면서 보냈다. 몽골 초원 통일과정에서 케레이트 진영 (지금 수도 울란바토르 근처에 있던 부족)의 공격을 받아 동부 지역으로 먼 도주 길에 나섰을 때도 어느 정도 추격권에서 벗어나게 되자 상당 시간 사냥을 하고 지내면서 흐트러진 푸른 군대의 전열을 정비했다.

1206년 몽골 고원을 통일하고 서하와의 전쟁에 나서기 전에도 대규모 사냥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과의 전쟁이 계속되던 중에도
무하마드 샤의 추격에 나선 제베와 수베타이가 그 결과를 알려올 때까지 우르겐치와 타쉬겐트 부근에서 무려 4개월 동안 사냥을 하면서 군사들의 전투력을 다졌다.

▶ 전투나 마찬가지인 사냥

[사진 = 초원의 차강제르]

칸의 주도아래 시행되는 ‘아바’ 라고 부르는 대규모 사냥은 그 자체가 전투나 마찬가지였다. 대규모 사냥은 상대가 사람에서 짐승으로 바뀐 것만 달라졌을 뿐 모든 것이 실제 전투 그대로였다.
사냥과정에서의 규율도 전투 때의 군율과 마찬가지로 엄격히 적용됐다. 칸이 주도하는 사냥은 평시에는 주로 가을부터 봄까지 이루어진다. 하지만 전쟁기간 등 비상시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진행됐다.

▶ 사냥 중 짐승을 놓치면 처벌

[사진 = 초원의 말떼]

사냥이 일단 계획되면 이를 주관하는 병사들은 사전에 사냥이 시작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에 미리 표시를 남겨 놓는다. 그 동안 사냥에 나설 병사들은 실전 때 사용하던 것과 같은 무기를 준비한다. 사냥에 나설 준비가 갖춰지면 나팔 소리에 따라 많은 병사들이 짐승 몰이에 나선다. 몰이가 계속되는 동안 병사들은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짐승몰이를 하는 동안에는 짐승들이 대열 사이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면서 미리 의도한 방향으로 몰아가기만 하면 된다. 짐승을 몰다가 놓치게 되는 병사는 이를 무척 수치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받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사진 = 초원의 까마귀]


칭기스칸의 대자사크도 "사냥 중 짐승을 놓친 사람은 태형에 처하거나 심한 경우 사형에 처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래서 일단 짐승몰이가 시작되면 병사들은 사냥 대상물인 동물들이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했다.

▶ 포위망 안은 야생동물원이나 마찬가지
낮에는 짐승을 몰아가고 밤에는 대열을 구축해 일단 포위된 짐승들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경계한다. 그래서 밤에는 전시와 마찬가지로 모닥불을 피우고 곳곳에 보초를 세워 놓은 뒤 간부들이 쉴 새 없이 순찰을 돌면서 경계상태를 확인했다. 넓은 지역에서 사냥을 할 경우 사전에 계획한 지점에 짐승들을 몰아넣는 데 한 달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거의 도착 지점에 이르면 군사들이 대열을 좁혀가며 짐승들을 한곳으로 몰아간다.
 

[사진 = 호레즘지역 맹수 사냥]

사슴과 노루, 토끼, 오소리, 타르박, 야생마 같은 순한 동물들과 함께 표범과 호랑이, 곰, 늑대, 살쾡이, 멧돼지 등 사나운 맹수들이 뒤섞인 포위망 안은 야생 동물원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그 가운데 맹수들은 자신들이 덫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포위망을 뚫기 위해 병사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맹수들의 공격을 어떻게 적절히 막아내면서 그들이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지 못하도록 만드느냐 하는 것은 바로 몰이에 나선 병사들의 최대의 임무다.
그 임무를 수행하려다 맹수에게 공격받아 부상을 당하거나 어떤 때는 희생되는 경우도 생긴다.

▶ 동물 살상은 칸이 먼저 시작
짐승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는 일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살육이 시작된다.
동물에 대한 살상은 칸이 가장 먼저 하게 돼 있다. 칭기스칸이 모여 있는 짐승 가운데 가장 사나운 맹수에게 활을 쏘는 것이 바로 무기를 사용해 살육전을 펼쳐도 좋다는 신호가 된다.
 

[사진 = 몽골하늘의 매]

동물들에 대한 대 살육은 대규모의 사냥일 경우 하루 종일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사냥이 끝날 때쯤이면 집결지 근처는 온통 짐승들의 시체가 즐비하게 늘려져 있어 마치 격렬한 전투가 치러진 후의 전쟁터와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사냥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를 지켜본 칭기스칸은 사냥이 끝난 뒤 가장 큰 공을 세운 병사를 포상한다.

그리고 사냥 과정에서의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지적하고 실제 전투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설명해 준다. 이어 큰 잔치를 베풀어 병사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사냥행사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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