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것' 공포와 성장, 장르의 완벽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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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9-0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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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 스틸컷 속 페니 와이즈[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미국 메인주의 작은 마을 데리. 평범해 보이지만 유난히 살인·실종 사건이 많은 그곳에 빌과 조지가 살고 있다.

몸이 약한 형 빌과 동생 조지는 매우 각별한 사이. 형이 만들어준 종이배를 빗물에 띄우는 것이 낙인 조지는 빌이 선물한 종이배를 들고 나섰다가 그대로 실종되고 만다. 빌은 조지의 실종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헤치던 도중 27년 주기로 나타나는 그것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것은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잡아먹으며 더욱 덩치를 불려나가고 급기야 빌과 루저클럽 친구들을 위협한다. 하지만 빌과 루저클럽 친구들은 조지를 구하기 위해 그것과 맞서려 하고 그것은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영화 ‘그것’(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수입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공포영화 ‘마마’로 장편 데뷔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신작. 스티븐 킹의 소설 중 가장 무섭다고 평가받는 ‘그것’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출간 31년 만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만큼 작품에 대한 관심도도 높은 상황.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원작의 본질을 꿰뚫고 훼손 없이 영화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냈다.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1천 페이지가 넘는 원작 소설을 효과적으로 옮기기 위해 페니와이즈와 루저 클럽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세밀하게 그려진 데리와 페니 와이즈, 루저클럽 아이들이 생생하게 스크린에 구현됐다. 말더듬이 빌과 뚱보 벤, 루머에 시달리는 소녀 비벌리, 흑인 마이크, 유대인 스탠리, 말 많은 소년 리치, 약골 에디까지. 관객들은 누구 하나 빠지는 법 없이 매력적인 인물로 완성된 루저 클럽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또한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1980년대로 옮겼다는 점도 눈에 띈다. 멀지 않은 과거를 통해 효과적으로 관객들의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상대를 현실감 있게 구현해냈다. 하지만 영화가 특정 세대만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 및 고민거리는 세대불문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개 실패한 소설 원작 영화들이 원작과 창작 사이에서 갈등, 이도저도 못한 결과물을 내놓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영리하게 원작과 영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영리한 선택과 집중을 내놓았다. 이미지와 상징, 문학적 요소를 고루 배치해 서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인물들의 심리와 내면은 충분히 묘사해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완성해냈다.

영화 ‘그것’은 페니 와이즈라는 존재를 통해 그 시절 우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대상을 시각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는 어른들이다. 따돌림이나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모른 체 하거나 미처 보지 못하기도 한다. “걱정된다”는 말 외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은 스스로 상황을 해결해야한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 같은 정서는 영화 전반에 녹아있고 때문에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예리하게 포착해내곤 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상 깊다. 절대 악 페니 와이즈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위압을 가하고 빌 역의 제이든 리버허는 그 또래 아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거기에 리치 역의 핀 울프하드, 에디 역의 잭 딜런 그레이저, 베벌리 역의 소피아 릴리스까지 각 아역배우들은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성인 배우 없이도 충분히 이야기를 끌고나갈 수 있는 단단한 힘을 보여주었다. 지난 6일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134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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