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 제조업] 韓 제품 시장지배력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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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유진희.이소현 기자
입력 2017-09-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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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CD 세계 1위 中에 내줄 우려…조선부문도 가격 경쟁력서 밀려

  • TV시장 1위 자리도 日에 빼앗겨…車 생산 인도ㆍ멕시코에 밀려나

  • 반도체 뺀 모든 산업 위기 고조…통상임금ㆍ노사관계 악화 악재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TV와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제조업계를 떠받치고 있는 업종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의 사드보복을 비롯한 대외적인 악재에 시달리던 국내 제조업계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증가, 통상임금 파장 등 내부적인 압박까지 겹치면서 경쟁력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1위(생산량 기준)를 지켜오던 한국이 중국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는 올해 중국이 세계 대형 LCD 패널의 35.7%를 생산하며, 한국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2위는 대만(29.8%), 3위는 한국(28.8%)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2020년에 중국의 대형 LCD 패널 생산능력이 48.3%까지 올라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TV와 가전 등 국내 주요 전자사업 부문의 세계 시장 지배력도 휘청거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당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소니가 39.0%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LG전자(35.8%), 삼성전자(13.2%) 순이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39.5%를 차지하며 LG전자(17.7%)와 소니(17.5%)를 큰 차이로 앞질렀다.

올해 2분기에도 소니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니 TV 매출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6.9%로 LG전자(0.1%), 삼성전자(-11.8%)보다 높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2분기 소비자 가전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CE(소비자 가전) 부문은 매출 10조92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 68.0% 축소되며,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3%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 부문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역대 최대인 465만7094대를 기록한 후 450만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422만8536대로 9.2% 감소했다. 이로 인해 2005년 완성차 생산국 5위에 오른 후 2015년까지 ‘11년 연속 빅5’ 유지하다가 지난해 인도에 밀려 6위로 주저앉았다. 업계에서는 7위인 멕시코가 바짝 추격하고 있어 머지않아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멕시코의 생산량 차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012년 90만대에서 올해 17만대로 좁혀졌다.

주 원인의 하나로 국내 1위의 자동차업체인 현대기아차의 시장 경쟁력 저하가 꼽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신흥 강국인 인도와 멕시코는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며 “반면 현대·기아차는 사드, 노사분규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현대차는 전년대비 40.7%, 기아차는 54.2% 감소했다.

중국과 월간 발주량 1위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조선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선해운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중국은 지난 6월과 7월 한국을 2위로 끌어내라고 월간수주 1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 한국이 다시 1위를 되찾았으나, 6월 기준 14척보다 5척이나 적은 9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78로 수개월째 정체를 지속하고 있다. BSI는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업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기간 6개월 이상 실업자는 18만명으로, 1년 전(17만2000명)보다 8000명 증가했다. 이로써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은 전체 실업자(96만3천 명)의 18.7%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9년 9월(19.7%)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사실상 5명 중 1명꼴로 장기 백수라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대내외적인 악재에 시달리면서 경쟁력이 하루가 다르게 약화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정부가 추가하는 일자리 확대 정책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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