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칼럼] 영화 ‘더 테이블’ ​커피 한잔 같이 하고 싶은 나와 당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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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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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소옥 작가]

약하고, 어리석고,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더 테이블’(감독 김종관)은 가을에 제격인 멜로 영화다.

비주얼리스트 김종관 감독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색감과 탁월한 소품 활용,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연기가 더해져 완성도와 작품성, 흥행성까지 고루 갖췄다.

먼저 인기 여배우가 된 유진(정유미 분)과 전 남자친구 창석(정준원 분)이 만난다.

유진은 스타가 된 지금도 테이블 위에 놓인 예쁜 꽃을 보면 잠시 선글라스를 벗고 감상할 줄 아는 여자다.

반면 창석은 유진의 성형, 찌라시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의 연애를 ‘인증’하기 바쁘다.

‘찰칵’ 찍히는 셀카 소리와 함께 그들의 인연은 끝난다. 둘은 서로의 다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각각 다른 음료를 주문한다.

그들이 시킨 에스프레소와 맥주가 서로 어울리지 않듯, 둘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

오후 두시 반, 같은 테이블에 어딘지 위태로워 보이는 커플, 경진(정은채 분)과 민호(전성우 분)가 자리한다. 민호는 경진과 하룻밤 사랑을 나눈 후 바로 긴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길이었다. 경진은 그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민호에게 서운해 하지만 민호에게서 돌아온 답은 “갔다 와서 연락한다고 했잖아요”일 뿐이다.

경진은 이렇게 무심한 민호를 기다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마침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고, 그 순간 민호는 해외 여기저기를 다니며 경진이 생각나 사온 소소한 선물들을 꺼내놓는다. 멀리 있었어도, 연락이 닿지 않았어도 민호는 항상 경진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불안하게 흔들리던 경진의 눈빛이 민호에게 고정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는 웃음을 보인다. 그 웃음은 둘이 주문한 초콜릿 무스 케이크만큼이나 달콤하다.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사랑처럼.

이 번엔 가짜 모녀 결혼 사기꾼들이 커피를 마시며 아주 우아하게 새로운 사기 계획을 모의한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보니 이상하다. 은희(한예리 분)의 이번 결혼은 ‘좋아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은희를 보며 숙자(김혜옥 분)는 자신의 죽은 딸을 떠올린다. 그 순간, 그들의 역할극은 끝나고 뜻밖의 애틋한 진심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둘이 시킨 라떼는 시간이 주문한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따뜻하다.
 

[사진=지켄트그룹]

어느새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어둠이 짙게 깔린다. 운철(연우진 분)은 결혼을 앞 둔 전 여자친구 혜경(임수정 분)을 만났다. 운철의 눈빛은 혜경의 말 한마디 한 마디마다 반응하며 흔들린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던 꽃잎도 죄다 찢어버린 후였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서 그들의 마음과 실제 걸어가는 길은 엇갈렸다. 운철의 식어버린 커피처럼 그들의 절정은 이미 지나버린 것이다.

아름다운 과거가 실망으로 바뀌는 씁쓸함, 미숙하지만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 진심어린 교감, 사랑을 남기고 돌아서는 애틋함까지 서로 다른 4개의 사랑, 그리고 삶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이 카페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오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너무나 현실적이고 또 일상적이게 말이다.

영화 ‘더 테이블’은 이 계절의 정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카페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나와 당신의 이야기다. 관객들은 영화에는 담기지 않은 나머지 이야기들을 상상해서 보는 재미까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글=이소옥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지켄트인터뷰 #무비칼럼 #엠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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