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증시 상장사 "날고 춤췄다"...실적으로 읽는 중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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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7-09-0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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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43개 상장사 실적 발표 완료…상반기 총순익 288조

  • 경기 회복세에 석탄·철강업 ‘방긋’… 중장비업체 ‘기지개’

  • 금융 리스크 규제 반사이익 누린 4대은행

  • 소비 활성화에 가전·바이주·영화·제약기업 실적도 ‘회복’

실적으로 읽는 중국경제. [자료=아주경제DB]


중국 경제는 올 상반기 6.9%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중국 경제의 미세한 흐름까지 파악하긴 어렵다. 중국 경제 속살을 구석구석 파헤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수치 중 하나가 기업실적이다.

8월 말까지 상하이·선전증시 상장사가 반기 실적보고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올 상반기 중국 기업들이 2010년 이래 최고의 실적을 거두면서 중국 경제가 바닥을 탈출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기업들의 실적 호전세는 제자리걸음하던 상하이종합지수도 끌어올렸다. 상반기 어닝 시즌이 시작된 지난 7, 8월 상하이종합지수는 5% 넘게 껑충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초이스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선전증시에 상장된 3343개 상장사가 올 상반기 거둬들인 총 순익은 1조6702억6500만 위안(약 28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2% 늘어났다. 이중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상장사가 2197곳으로 70%를 차지했다. 특히 순익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곳도 646곳에 달했으며, 10배 이상 증가한 곳은 79곳, 100배 이상 증가한 곳이 12곳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2911개 상장사 총 순익이 1조38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2009년 상반기 이후 7년래 최저 실적을 거뒀다고 혹평했었다.

올해 최근 중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주요 업종별 기업들의 실적을 집중 점검해본다.

◆석탄은 날고 유색금속은 춤추고···

중국에 ‘메이페이써우(煤飛色舞)’라는 말이 있다. '석탄은 날고 유색금속은 춤춘다'는 뜻이다. 동음이의어로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다'는 뜻의 고사성어 ‘眉飛色舞’에서 앞의 한글자만 바꾼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국증시는 그야말로 ‘메이페이써우’였다. 석탄·철강업 등 방면에서 과잉생산을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급측 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여기에 경기 회복세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것도 기업 실적 상승에 한몫을 했다.

석탄업의 경우, 중국 증시에 상장된 석탄기업 27곳 중 1곳만 적자를 입었고, 나머지는 모두 실적이 대폭 증가했다. 순익 증가폭이 10배가 넘는 곳도 판장(盤江), 지중(冀中)에너지, 루안환넝(潞安環能), 산시메이예(陝西煤業), 헝위안메이뎬(恒源煤電) 등 5곳에 달했다. 올 상반기 석탄기업이 거둔 순익은 1474억 위안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71억 위안에서 20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철강사들의 실적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증시에 상장된 28개 철강사의 올 상반기 순익은 모두 215억 위안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억 위안에서 6배가 뛴 것이다. 실적이 갑절로 늘어난 곳만 19곳이다.  바오강(包鋼), 서우강(首鋼), 산둥강철의 경우 상반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16.39%, 3853.11%, 1019.37% 올랐다.

특히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으로 지난해 정식 출범한 바오우(寶武)강철의 경우 올 상반기 첫 실적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영업수익이 1699억3300만 위안으로 59.91% 증가하고, 순익은 64.91% 늘어난 61억7000만 위안에 달했다. 합병 시너지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평이다.

비철금속 업종도 마찬가지다. 70개 비철금속 상장사 중 5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25개 상장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건설경기 호황에 중장비업체 5년만에 ‘반색’

건설장비업도 2012년 이래 내리막길을 멈추고 올 들어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수년간 조정기 속에 시장 구조조정이 이뤄진 데다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내외 경기 회복세 속에 건설업 투자가 늘면서다.

실제로 올 1~6월 중국 굴착기 누적판매량이 7만50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0.5% 늘었다. 이는 지난 한해 전체 판매량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중국 대표 중장비업체인 싼이(三一)중공업은 올 상반기 영업수익이 71.2% 늘어난 192억800만 위안에 달했고, 순익은 무려 740% 이상 증가했다. 류궁(柳工), 쉬궁(徐工) 등 다른 중국 대표 중장비업체들도 모두 뚜렷한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류궁은 순익이 1423. 65% 늘었으며, 쉬궁 순익도 전년 대비 5배 가량 늘었다. 중롄중커(中聯重科)도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건설기계 시장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금융 리스크 규제가 국유은행엔 ‘호재’

중국 4대 국유은행도 올 상반기 순익이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3% 이상 늘어나는 등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 4대 국유은행의 순익 증가율은 ‘제로’, 심지어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자산 규모로 중국 1위 은행인 공상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8%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0.4%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치다. 건설은행과 농업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9%, 3.3% 올랐다. 중국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성장률은 지난해 1.9%에서 올해 11.5%로 급등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국의 그림자 금융 단속 정책이 중소형 은행에 큰 타격을 입히며 대형 은행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고 해석했다. 그림자 금융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강화되면서 중소형 은행이 위축됐다는 것. 이밖에 경제 성장세에 따른 대출 수요 상승과 은행의 가격 결정력이 강해진 점도 대형 은행의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고 FT는 분석했다.

올 들어 실적 호전세로 중국 증시에서 은행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퉁화순(同花順)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3일까지 중국 4대 국유은행 주가가 모두 20% 이상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보고, 먹고, 마시자" 소비株도 '활짝'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어난 17억2400만 위안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는 물론 앞서 1분기와 비교해서도 각각 0.1%, 0.4%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한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11%로 2016년 이래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소비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류, 가전, 영화 등 소비업종 상장사도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식음료 상장사 89곳 중 65%인 58곳의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황제주'로 꼽히는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를 비롯한 바이주(白酒·고량주) 기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구이저우마오타이 매출이 254억9400만 위안, 순익이 112억5100만 위안으로 전년 동비 각각 36.06%, 27.81% 늘어난 것을 비롯해 우량예(五糧液)와 양허구펀(洋河股份)의 순익 증가율도 각각 27.9%, 14.1%에 달했다. 실적 상승세에 힘입어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해말 330위안대에서 500위안 돌파도 넘보고 있다.

중국 양대 가전공룡인 거리(格力)전기와 메이디(美的)의 실적 상승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거리전기는 올 상반기 매출과 순익이 각각 40.67%, 47.64%씩 급등했다. 거리전기의 실적 상승세를 눈여겨본 중국 증시 ‘국가대표팀’인 중국증권금융공사는 올 상반기 거리전기 지분을 7400만주 이상 사들이며 6대 주주로 올라섰다. 메이디 역시 매출과 순익이 각각 60.53%, 13.85% 늘었다.

중국 제약업체의 70% 이상도 일제히 순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제약업체 255곳 중 183곳의 순익이 증가세를 보인 것. 특히 순익이 10배 이상 증가한 제약업체도 3곳에 달했다. 

이밖에 지난해 영화시장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영화사들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박스오피스 50억 위안 돌파로 중국 최대 흥행영화로 자리매김한 영화 ‘전랑2’ 제작사인 베이징문화가 올 상반기 순익이 전년 동비 280% 증가한 게 대표적이다.

한편 올 3분기 중국증시 상장사들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중국증시 상장사의 약 3분의1에 달하는 1190곳이 3분기 실적 예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중 66%에 달하는 783곳이 실적 상승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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