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혼선 부르는 아마추어 정책 2題]​'늘공' 김동연은 '패싱'·'어공' 백운규는 설익은 발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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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7-09-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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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FTA폐기발언에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언급도…경제정책 라인은 혼란만 가중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서울 코엑스 무역센터에서 열린 '무역업계 간담회' 참석 이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백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원론적인 발언을 한 후 질문을 받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사진 = 송종호 기자]


'늘공'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패싱'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어공'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설익은 견해를 내뱉으며 파장을 일으키는 등 경제정책 라인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늘공'이란 '늘 공무원'이라는 뜻으로 공무원 임용절차를 거쳐 선발된 직업관료를, '어공'이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으로 정치인 또는 정치적 힘을 업고 임명된 별정직 관료를 말한다.

백 장관은 대표적인 '어공'이다.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로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8년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성이 뛰어난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냈다.

특히 대선 기간 중 문재인 대선 후보 경선캠프에 합류, 에너지 관련 공약을 만드는 데 기여한 점을 평가받아 에너지 주무부처 장관자리에 낙점됐다.

어공의 장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진한다는 점과 업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일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정책을 놓친다는 것과 정무감각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백 장관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실물경제와 통상 주무부처의 수장으로 설익은 견해를 내놓으며 시장 혼란을 불러왔다.

백 장관은 지난 4일 자동차업계 사장단 간담회 직전,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인수전과 관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인수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뱉었다.

백 장관은 더블스타의 매각가격 인하 요구를 채권단이 수용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 다시 부여되는 점을 언급한 뒤 "가장 좋은 것은 그쪽(박삼구)에서 어떻게 해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백 장관이 사실상 박 회장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백 장관 발언 후 산업부는 부랴부랴 설명자료를 내고 "백 장관 발언의 진의는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의 절차적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특정 인수 주체에 대한 선호를 밝힌 것이 아니다"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발언도 마찬가지다.

백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폐기에 따른 문제점도 가능성 중 하나에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 FTA 폐기 자체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고수했으나, 통상 주무부처의 수장이 이례적으로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산업부는 이 역시 설명자료를 내고 "백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미국의 한·미 FTA 폐기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백 장관의 발언에 이례적으로 두 개의 해명자료가 잇달아 나온 것이다.

산업부는 5일에도 여전히 마음을 졸였다. 이날 무역업계 간담회를 마치고 백 장관이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백 장관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우리 카드를 다 보여줄 수 없고 여러 가지 카드를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지난달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농산물시장 개방을 요구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나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한 코멘트 요청 등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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