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칼럼] 북한핵과 김정은의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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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초빙논설위원· 전 주호주대사
입력 2017-09-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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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현칼럼

                                                [사진=김봉현 초빙논설위원· 전 주호주대사]


북한핵과 김정은의 수명

지난 3일 북한 김정은이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시켰다고 선언하였다. 제동 없이 폭주하는 김정은에 대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시험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말 폭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허공 속의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하여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도 충분치 않다고 하였다가 곧 이어 김정은에게서 긍정적 신호를 읽었다고 하는 등 스스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약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신속하게 전화하는 등 일본 국민들이 보기에 좋은 발 빠른 대응을 하고 나섰지만 역시 속 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달리 북한을 의식해 시차를 두고 강경대응을 주문함으로써 북한에 대하여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지만 역시 돌아온 것은 핵실험이었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한·미·일·중·러 모두가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취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김정은은 폭주 기관차에 올라타지 못했을 것이다.

군사적 수단이 아니더라도 중국이 북한의 결정적 약점을 파고드는 수단을 동원했다면 북한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수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명확해졌으며, 중국은 북한의 붕괴가 두려운 나머지 결정적 수단 사용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북한이 이를 무겁게 들었을 리가 없다. 레드라인을 넘어섰을 경우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미국과 중국의 대 북한 ‘레드라인’은 있는 것인가?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도 미국도, 중국도 모를 것이다. 중국도 ‘레드라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있다고 해도 밝히지 않을 것이다. ‘레드라인’은 닥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심리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소폭탄 실험을 한 사실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것이라면,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핵을 가진 공포의 북한과 마주 대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자들과 이상주의자들의 대답은 달라질 것이다. 미 공화당과 같은 현실주의자들은 강한 압박을 지속시키면서 북한을 몰아붙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며, 문재인 정부와 같은 이상주의자들은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주의자가 되었든 이상주의자가 되었든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요원해졌다고 보는 것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일 것이다.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포기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북한의 핵을 심정적으로 인정하면서 대한민국의 요새화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미동맹을 더욱 철저하게 강화해 나가면서 대한민국 방위를 위해 불가침의 영토로 만들어 나가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가장 어려울 수 있는 대응은 한·미 간의 이견이다. 미국의 선택이 한국의 요새화가 아니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북한과 빅딜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빅딜의 내용에 키신저 박사가 말한 대로 “주한미군 철수”가 포함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주한미군의 철수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완전히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저평가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는 반대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올라간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것은 결국 우리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보다는 한·중동맹을 고려해야 할지 모르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동북아 세력 균형이 한·미·일 동맹과 조·중 동맹의 균형이 아니라 미·일 동맹과 한·중동맹으로 대변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19세기 세력균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이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태지역에서 미국 제일주의와 중국몽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시기에 미국이 한국을 놓치는 전략적 우를 범할 이유가 없다. 북한과 타협하면서 한국을 놓치는 것이 과연 미국에 무슨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결국 주한미군 철수는 실현되기가 어려우며 미국과 한국은 한국의 요새화를 위하여 서로 협력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핵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더욱 강화되고 북한의 안전이 더욱 향상되었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로 북한 핵은 결국 사용이 불가능하다. 북한 인민들의 심리적인 만족감에 그칠 것이다. 한국이 불가침의 요새로 변모되면서 시간이 지나면 북한 인민들은 결국 김정은에게 핵미사일이 아닌 새로운 만족감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이 과연 북한 인민에게 무엇을 새롭게 줄 수 있을까? 새로이 줄 것이 없다면 9월 3일 북한 핵 실험은 김정은에게도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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