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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의무적 휴가’ VS ‘설레는 휴가’

장한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입력 : 2017-09-07 00:00수정 : 2017-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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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커뮤니케이션팀 과장


2017년의 지독한 무더위와 여름 휴가철이 막을 내렸다. 지난 8월 초 귓가에 내리 꽂혔던 KBS 9시 뉴스가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극성수기 고속도로는 마비 상태, 여행지에서 방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이고, 구했다 해도 평소 가격의 5배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계곡 내 평상 가격은 20만원에 육박하고, 유명 해수욕장에서는 돗자리나 음료수 가격을 시가로 표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십년째 반복되는 뉴스에 매번 기시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1년에 한번뿐인 가족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지옥 같은 휴가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7년 하계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2.5%가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에 휴가를 집중적으로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실현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휴가 문화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다.

휴가객이 불과 2주 동안 특정 지역에 몰리면서 ‘쉼’을 갈구하는 국민들은 ‘교통난’, ‘숙박난’, ‘요금난’ 등 ‘3대 휴가난’이 양산하는 횡포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쯤 되면 여름 휴가는 누구나 꿈꾸는 ‘설레는 여행’이 아닌 등 떼밀려 떠나는 ‘의무적 여행’이 된다.

필자를 비롯, ‘3대 휴가난’에 시달리며 의무적 휴가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철 휴가 문화가 당장이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휴가는 그 나라의 문화, 교육 시스템, 사회 및 경제 구조 등의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반드시 한 여름의 태양을 즐겨야 하는 문화, 자녀들 방학(학원)에 맞춘 휴가, 제조업 등의 일괄적 휴업 등 매년 반복되는 정석 아닌 정석들이 당연한 듯 휴가의 개념을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남다른 교육열이 한 여름 도심의 복사열만큼이나 뜨겁기 때문에 부모의 휴가 계획은 자녀의 학원 방학에 자동으로 맞춰진다. 학원 방학 기간은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교육업계가 담합이라도 한 듯 모든 학원의 방학은 7월말과 8월초에 집중돼 있다. 이는 업계의 제도적인 개선 노력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학원 방학을 극성수기(7말8초)를 피해 일괄적으로 조절하면 여러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수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또는 학년별로 방학을 조정한다든지 휴가 기간 동안에 빠진 수업을 보강해 주는 시스템을 강화해 극성수기 휴가를 분산시킬 수도 있다.

의무적인 휴가 쏠림 현상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부모님들이 휴가 일정을 정하는 데에도 한결 여유가 생길 것이다.

정부도 여름철 휴가객 쏠림 현상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201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함께하는 ‘여행주간’을 시행하고 있다. ‘여행주간’ 기간에는 정부의 지원 아래 지자체, 관광업계가 협력해 전국의 주요 관광지에서 숙박·편의시설, 입장료 등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계절별 관광활성화를 통한 휴가문화 선진화와 휴가 분산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등을 전개해 관광 비수기 문제 해결과 설레는 여행 문화를 창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휴가(休暇)나 휴식(休息)은 말 그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남들과 경쟁하듯 떠나는 천편일률적 휴가에서는 현대인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절대적인 ‘쉼’을 찾을 수 없다. 휴가를 마치고 나면 전쟁 통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 속에 ‘이제 좀 쉬어야지’라며 진짜 휴식에 돌입하기도 한다. 웃픈 현실이다.

휴가를 가장 여유롭게 즐기는 선진국 프랑스와 독일은 장기휴가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어 1년에 30일 안팎의 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시급한 건 휴가 일수 문제가 아니라 분산 문제다.

우리나라도 ‘의무적 휴가’가 아닌 ‘설레는 휴가’ 즉, 진정한 ‘쉼’을 위한 휴가를 누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국가의 수장이 솔선수범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대감뿐이다.

‘설레는 휴가’에 대한 국민적 갈증이 빠른 시일 내에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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