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김영죽칼럼] ​우리 아이들은 모두 기린아(麒麟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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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입력 2017-09-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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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 冬夏閑談

우리 아이들은 모두 기린아(麒麟兒)

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처서가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제법 선선하다. 아이들과 엄마에게는 새 학기를 맞아 분주하다.
재주와 능력이 탁월한 젊은이. 한자문화권에서 이런 젊은이를 ‘기린아’라 불렀다.
여기서 말하는 기린(麒麟)이란 상상 속의 동물이다. 몸은 사슴을 닮았고 머리 위엔 뿔이 있으며 용처럼 비늘이 덮여 있다고 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린(giraffe)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비록 생김새는 순해 보이지 않지만 살아 있는 것은 밟지조차 못한다고 하니 사람으로 치자면 인자한 성품의 최고봉이다.
상서로운 이 동물은 훌륭한 군주와 현자(賢者)가 세상에 나올 때 그 전조로 나타난다. 공자(孔子)님이 태어날 때도 기린이 나타나 옥서(玉書)를 토했고, 그 어머니는 기린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공자 정도의 인물쯤은 되어야 기린이 나타나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때문에 현재에도 비범한 자질을 갖고 있는 유망주를 흔히 ‘기린아’라 표현한다. 축구계의 기린아, 영화계의 기린아, 바둑계의 기린아, IT업계의 기린아 등등이 그런 예이다.
이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 대중의 관심은 그 사람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범주를 넓혀 어떤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라는 자잘한 부분까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그 가운데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혹시 어머님 태몽이 무엇이었나요?”
비범한 재주를 지니고 태어났으니 그런 질문이 있을 법도 하다. 대부분 더없이 길한 태몽을 꾸었다는 답이 돌아온다. ‘역시 잘될 사람은 처음부터 다르구나.’ 기사를 읽는 내내 주눅이 드는 느낌을 받는다. 부럽기도 하면서 이렇다 할 특기가 없어 보이는 내 아이들이 걱정된다. 영재를 발굴하여 기린아로 육성해 보겠다는 프로그램도 많고 심지어 학원의 이름을 ‘기린아’로 짓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모든 아이들은 아름다운 태몽과 함께 태어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부모나 주변의 지인들이 대신 꾸어주는 경우도 있으며 그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모두가 그 옛날 기린이 암시했던 상서로운 징조에 뒤지지 않는 점이다. 결국 모든 아이들은 기린아(麒麟兒)의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채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비교와 경쟁에 앞서 우리 아이들은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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