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중복편성 재연 땐 슈퍼예산도 ‘쌈짓돈’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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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08-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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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기득권층 보조금비리 만연…여러 부처 예산 중복지원도 문제

  • 지역구 의원 선심성 쪽지 예산…국회서 SOC 예산 증액 불 보듯

  • 복지·일자리 중심 예산안 편성…정부 재정중독 현상 가중 우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 보고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소득주도성장 예산이냐, 포퓰리즘 적자 예산이냐.”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이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복지·일자리 예산을 대폭 확충한 2018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규모는 429조원이다. 의무지출예산이 다수 포함된 보건·복지·노동 분야는 146조 2000억원으로(전체 대비 34.1%) 증가했다. ‘큰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재정 의존성을 탈피하지 못한 셈이다. 일종의 모르핀인 ‘재정 중독’ 현상만 가중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文정부 일자리 예산도 예외 아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는 다음 달 1일 개회된다. 100일간의 예산·입법 전쟁의 시작이다. 과소 추계 논란에 휩싸인 ‘재원 확보’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을 둘러싼 대혈전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예산의 고질병인 △예산 기득권층 △중복 예산 △쪽지 예산과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인 △재정 중독의 탈피 여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4대 딜레마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초슈퍼 예산은 정치권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중 1순위는 ‘예산 기득권층’이다. 이는 나랏돈 없이는 존립 자체가 쉽지 않은 정부예산에 대한 의존성이 큰 집단을 말한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역대 정부예산에서 대표적인 예산 기득권층은 일명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과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대학의 ’대학재정지원금‘이었다”라며 “이번 예산에서 두 예산이 대폭 삭감됐지만, 곳곳에 퍼진 예산 기득권층을 깨지 않으면 고질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산 기득권층은 ‘영세사업장’이다. 정부는 30인 미만 사업자에 지원 명목으로 ‘일자리안정자금’(2조9707억원)을 준다. 이는 노동부 전체 예산(23조7580억원)의 12%에 해당하는 수치다. 허점은 있다. 퇴직한 근로자를 근로자로 둔갑, 지원금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이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복지·일자리 예산을 대폭 확충한 2018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규모는 429조원이다. 의무지출예산이 다수 포함된 보건·복지·노동 분야는 146조 2000억원으로(전체 대비 34.1%) 증가했다. ‘큰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재정 의존성을 탈피하지 못한 셈이다. 일종의 모르핀인 ‘재정 중독’ 현상만 가중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어발식 부정수습 팽배…정부·지자체 의지 ‘글쎄’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10월부터 복지·보조금 비리 신고를 접수한 결과, 이와 유사한 사례를 적발했다.

퇴직한 사람을 근무자로 꾸며 ‘연구·개발(R&D)비’를 타내거나, 기존 근무 직원을 신규 인턴으로 채용한 것으로 위조해 ‘청·장년인턴채용지원금’을 받은 뒤 추가로 정규직으로 채용, '청년취업지원금'을 이중 수혜한 경우다. 권익위가 환수 조치한 부정 수급만 580억원에 달한다. 정부예산이 좀비 기업을 키우는 꼴이다. 

지방자치단체 축제 등 ‘홍보성 예산 바라기’로 전락한 각 지역 관변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위장 이혼을 하거나 사망신고를 미뤄서 복지예산을 부정 수급하는 예산 도둑과 기업의 R&D 예산을 사적 용도로 빼돌리는 악질행위도 다반사다. 국회 관계자는 부정수급에 따른 혈세 낭비 이유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삭감한 SOC 증액 가능성↑…재정중독 역습

중복 예산도 과제다. 정부는 질적예산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융합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예산의 중복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떠오른 치매 관련 예산 중 알츠하이머 R&D 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 중복 지원되는 실정이다.

물 관리 예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물 관리 예산은 지난해 환경부(3조4000억원)와 국토부(2조원) 등으로 중복 투자됐다. 국토부의 하천정비사업(1조800억원)과 환경부의 생태복원사업(2700억원)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공약인 도시재생사업 예산과 국토부의 임대주택 사업인 노후공공청사 전환을 통한 2000만 가구 공급도 겹친다.

예산의 공이 국회로 넘어오자, 정부가 삭감한 SOC 예산이 증액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 처리를 위한 ‘쪽지 예산’ 때문이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쪽지 예산은 의원들 이기심의 발로”라며 “근절이 절실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예산 딜레마를 타파하지 못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재정 역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성장률 0.5% 중 재정 기여도는 100%(0.5%)였다. 재정 투입이 없었다면, 성장률 제로(0)였다는 얘기다. 재정을 포함한 정부의 총체적인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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