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원주용칼럼] 칠석(七夕)과 오작교(烏鵲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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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입력 2017-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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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

칠석(七夕)과 오작교(烏鵲橋)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음력으로 7월 7일은 칠석(七夕)으로, 양수(陽數)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吉日)로 여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전래되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설화로 잘 알려진 날이기도 하다.
북송(北宋)시대 장뢰(張耒)의 ‘칠석가(七夕歌)’에 의하면, 직녀는 은하수 동쪽에 사는 미인으로 천제(天帝)의 딸이었는데,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옥 같은 손으로 운무(雲霧) 문양의 붉은 비단옷을 짰는데, 천제가 직녀 혼자 살면서 함께 할 사람이 없음을 가엾게 여기고는 은하수 서쪽에 사는 견우에게 시집보냈다. 직녀가 시집을 간 뒤로는 베 짜는 일은 그만두고, 검은 머리만 아침저녁으로 빗질하면서 즐거움만 탐하고 천제에게 돌아오지 않자, 천제가 노하여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는, 단지 1년에 한 번 7월 7일 날만 은하수 다리를 건너 서로 만나게 하였다. 이 때 둘을 만나게 하기 위해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에 모여 자기들의 몸을 잇대어 만든다는 다리가 오작교(烏鵲橋)다.
칠석날에는 비가 내리는데, 하루 전에 내리는 비는 둘이 서로 타고 갈 수레를 씻기 때문에 내리는 비라 하여 ‘세거우(洗車雨)’라고도 하는데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이튿날 내리는 비는 헤어지면서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며, 낮에 오는 비는 기쁨의 눈물이고 밤에 오는 비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인가에서 옷을 햇볕에 말리는 ‘쇄의상(曬衣裳)’이 옛 풍속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름 장마철에 장롱속의 옷가지에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끼게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조선조에서는 이날 성균관 유생들에게 ‘칠석제(七夕製)’라는 과거시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칠석은 주(周)나라 왕자 교(喬)가 신선이 되어 도사(道士) 부구공(浮丘公)과 만났다는 날이며, 양귀비(楊貴妃)의 혼이 재생하여 장생전(長生殿)에서 당태종(唐太宗)을 만나는 날이기도 하고, 춘향이와 이도령이 백년가약을 맺은 곳이 오작교이다. 이처럼 칠석과 오작교는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는 날이면서 장소인데, 현재 많은 대한민국의 젊은 20‧30대들은 높은 물가‧등록금‧취업난‧집값 등 경제적 이유로 스스로를 돌볼 여유도 없다는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어 소위(所謂) ‘삼포세대(三抛世代)’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하루 빨리 이런 사태가 호전되어서 젊은이들이 마음껏 만나서 사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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