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국민의 안보불감증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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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입력 2017-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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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연희 강남구청장

[신연희 강남구청장]


지난 8월 23일 오후 2시. 대한민국 전역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의 공습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것이다.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 북한의 공습 상황을 가상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민방위 훈련이 이뤄졌다.

강남구도 수서고속철도(SRT) 수서역사에서 대형화재 등 각종 재난 발생을 가정한 긴급구조종합훈련에 참여했다. 많은 시민들은 진지하고 엄중한 자세로 폭발과 붕괴 등 실제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광경도 허다했다. 사이렌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가 하면 두 귀를 손가락으로 틀어막고 짜증을 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원들의 대피 안내를 대놓고 무시하는가 하면 귀찮다는 듯 달아나기까지 했다. 이것은 정말 아닌데 싶어 국민을 향해 한 말씀 올린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은 놀라우리만치 태연하다.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괌 포위 사격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LA타임스는 한국의 분위기를 전하며 '왜 한국인들은 놀랄 정도로 심드렁한가. (South Koreans are surprisingly blase about civil defense. Why?)'란 제목을 붙여 꼬집었다. 해당 기사에 등장한 한국 대학생은 "내 생애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단다.

그런가 하면 UPI통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핵 공격을 연상시키는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한 이후 우리국민의 반응을 전하며 "대체로 한국인들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양상의 긴장국면이 있었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을 걱정하는데, 정작 우리국민은 편안한 일상을 보낸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북한의 도발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른바 '학습효과' 때문일까. 우리국민은 지금부터라도 당장 이런 편안한 생각에서 벗어나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민의 안보열기를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드높이자고 호소한다.

지금 우리국민의 안보불감증은 그야말로 처절한 수준이라는 것을 금번 비상대피 훈련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운 주장이지만 평화로울 때 안보를 생각해야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서도 민방공 대피 훈련을 귀찮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은 현실. 만에 하나라도 세계에 '연작처당(燕雀處堂)'의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필자는 일찍이 민선 5기 때부터 민선 6기인 현재까지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안보 1번지 강남'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다. 국경일과 기념일마다 태극기 게양을 국가안보의 초석이라 믿고 나라사랑 분위기 확산에 앞장서왔다.

또 강남구 여성예비군 활동을 강화하고, 전방 자매결연 부대 위문 방문과 유격훈련 지원 등 지역사회 민·관·군 안보교류 활성화에 힘써 하나로 뭉친 굳건한 지역안보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해마다 민방공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인터넷 등 다양한 통로로 홍보 활동을 펼치며 시민 참여를 유도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의 자발적인 안보열기가 필수다. 지금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정히 바라보며 생존을 위한 국민의 안보열기 확산운동이 필요한 때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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