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심 판결 '묵시적 청탁'에 어디까지가 정경유착이냐 '혼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유진희 기자
입력 2017-08-29 18:4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뇌물공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한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의 깃발 아래 노란 점멸 경고등이 켜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법조계 안팎에서는 '묵시적 청탁’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가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입증되기 어렵다면서도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확실한 증거 없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것은 법의 안정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그간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각종 준조세 성격의 지원을 해온 기업들을 모두 ‘부정한 집단’으로 만드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항소심, '묵시적 청탁' 두고 치열한 법리전쟁 전망
삼성측 변호인단은 지난 28일 뇌물공여 등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변호인단측은 “1심 법리 판단과 사실 인정에 오인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묵시적 청탁에 대한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25일 1심 선고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입증되기 어렵다”면서도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인정했다. 청탁의 대상인 대통령의 직무행위의 내용, 즉 뇌물을 받은 대가로 실행할 직무행위가 구체적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공방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뇌물 공여가 일반적으로 은밀히 이뤄지는 특성상 증거가 잘 드러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묵시적 청탁을 이유로 뇌물죄를 인정한 사례가 많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법의 안정성을 지키는 것은 철저한 증거주의라며, 정황증거만으로 상황을 판단하게 되면 같은 일을 두고도 그때그때 양형이 바뀌어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묵시적 청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되면 재판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현상이 만연하게 되면 법 집행의 안정성이 확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쓴 돈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묵시적 청탁이라는 논리가 인정된다면 이 부회장처럼 감옥에 들어가지 않을 기업인이 누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가 불법?
항소심에서 또다른 쟁점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주주들에게 불리한데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됐느냐 여부다. 즉 경영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을 밀어붙이고, 정부에 로비를 하고, 결국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1심 판결문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러면서도 "경영승계와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조항은 없다"며 "따라서 그 과정에서 어떤 불법이 있는지를 밝혀야 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재판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한 불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청탁들이 있었다고 인정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제일모직의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위법한 행위가 없었는데도 합병 과정에서 지분이 올랐다고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처럼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0%에서 16.5%로 확대됐다.

이어 “이 부회장 판결의 경우에도 범죄여부를 따지려면 승계 추진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법사항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승계와 관련이 있으니 묵시적으로 불법이라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