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립무원] 지지율 첫 30%대 추락 ...측근. 공화당 지도부도 등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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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08-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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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점점 고립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샬러츠빌 유혈사태 이후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선 트럼프에게서 여당인 공화당 지도부 및 참모들도 일제히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그의 지지도는 30%대로 추락했다. 지난 주 불법체류자 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경찰관을 사면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도 재부상하고 있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지난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는 조사 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한주 전 44%에서 39%로 미끄러진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경합주인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주에서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제히 30%대로 추락했다. 

지난 12일 버니지아 주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 집회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들과 빚어진 폭력 사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를 명확하게 비난하는 대신 양측 모두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인종차별을 두둔한 것이 치명타였다. 특히 그는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선한 사람들(good people)"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범죄혐의가 없는 히스패닉계 불법 체류자들을 골라 체포·구금하다가 기소된 ‘불체자 사냥꾼’ 조 아파이오 경찰을 전격 사면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워싱턴 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파이오 경찰을 사면하기 전 불기소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사법방해 혐의가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탄핵론'이 재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을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뿌리깊은 인종갈등은 확대일로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둔 발언에 고무된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세력을 조직화, 대형화하면서 공개적으로 나설 태세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노골적인 인종혐오 발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현지 매체들은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인종차별 반대 단체들은 미국 전역에서 가두시위 및 촛불집회를 열고 있고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양측이 언제 어디에서 충돌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우월주의 두둔은 분열을 감수하고라도 정치적 지지기반을 사수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아군과 정재계 주류 인사들을 등 돌리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으로 통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마저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틸러슨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샬러츠빌 사태에서 드러난 인종혐오를 지적한 유엔 성명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언제나 자유·평등과 같은 미국적 가치를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가치에 대한 질문에는 “(대통령의 가치는) 대통령이 직접 말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포함한 주요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제 발로 백악관을 나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친정인 공화당과의 파열음도 커지는 모양새다. CNN에 따르면 건강보험개혁 실패의 책임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는 등 극심한 불화를 겪던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주 성명을 통해 “선한 나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선한 사람” 발언을 우회적으로 저격한 것이다. 공화당뿐 아니라 군 장성들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민주당에서는 인종갈등에 기름을 부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됐다. 여론도 싸늘해지고 있다. NBC 방송에 따르면 샬러츠빌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국인 10명 중 4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통령 경제 자문위원회에 속했던 재계 대표들도 이례적으로 줄사퇴를 선언하면서 백악관 자문위 두 곳이 공식 해체되기도 했다. 친기업 정책을 약속하며 재계와의 돈독한 관계를 추구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재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류 언론과의 불화는 이미 오랜 얘기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을 ‘분열자(divider)’라고 악평했고 뉴욕 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악마를 불러냈다“며 맹비난했다. 트럼프에 호의적이던 머독 미디어그룹마저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우리 모두를 우려스럽게 만든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고 NYT는 전했다. 

잇따른 구설 속에서 백악관은 강경 보수파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의 주도 하에 질서 재편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인 극우파 스티브 배넌이 퇴출된 데 이어 배넌의 최측근인 세바스찬 고르카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역시 25일 전격 사퇴했다. 이제 백악관에 남은 대표적 강경 국수주의자는 스티븐 밀러 수석 정책고문뿐이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주류 공화당의 성격을 띨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러나 배넌이 외부에서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극우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트위터 정치나 돌발 발언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미국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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