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캐릭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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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입력 2017-08-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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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넥스나인 대표이사



일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캐릭터’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1969년생 ‘도라에몽’은 다양한 차림의 장난감으로 ‘컬렉션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중요문화재 마스코트로서 역할도 톡톡히 한다. 사람 나이로 보자면 마흔 일곱이다. 이쯤 되면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가며 귀엽기가 힘든데 끊임없이 세계적으로 재해석 및 재생산되고 있다.

1975년생 ‘헬로 키티’는 이제 철이 들었는지 유명 서예가와 콜라보로도 참여해 그림을 그리며 서예를 하기도 한다. 1996년생 ‘명탐정 코난’은 20주년 기념의 특별 전시회를 하기도 하고, 이를 창조해낸 작가의 친필 축하 메시지를 고급스럽게 포장해서 신화적으로 또 가족적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도쿄의 대표적 미술관 중 하나인 모리 미술관에서는 한때 ‘재패니메이션’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던 여전사들을 모아서 특별 기획 전시를 하기도 한다. 이 전시회는 동시에 개최됐던 폼페이 벽화전보다 수십배 많은 관람객으로 2시간 이상 기다려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팬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여전사 캐릭터들은 실제로 걸그룹 이상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아니, 외국인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캐릭터는 무엇일까. 한류의 중심에는 아이돌이 존재하는데, 하나같이 참 멋지고 참 잘한다. 다만 아이돌 기획 생산에는 ‘단거리 코드’가 존재하는 듯해 아쉬울 뿐이다. 일부는 순간적이고 자극적으로 설정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뭔지 모르게 다 비슷하게만 보인다는 뜻이다.

물론 기획사 입장에서 큰 비용을 투자해 기획 생산해낸 팀을 가지고 단기간에 이익을 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가장 유명한 한류 스타들의 경우에도 광고 출연료가 편당 40억~60억원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이들의 이미지를 순간적 매출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기업 광고를 많이 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결국 한류 스타의 좋은 캐릭터도 면세점이나 카지노 등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소비되고 또 소멸되기도 한다.

그래도 최근 대한민국에도 소설가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널리 알린 작가 ‘한강’의 경우, 매우 지능적이기도 기획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한강이라는 이름부터 매우 한국적이며 동시에 외국인에게는 매우 이국적이게 느껴졌을 것이다. ‘채식주의자’라는 제목 또한 어쩌면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되면서도 보편적 타당성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소재이기도 하다.

더욱이 채식주의자의 내용은 ‘다름에 대한 폭력, 그리고 그에 대한 조용하고 처연한 시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어느 세계에나 마이너리티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공감을 받을 내용이다. 또한 번역가에 대한 깍듯한 존중과 그 존중을 넘어서는 깊은 소통을 통해 제대로 해내지 않았나 싶다.

난 가수 ‘지드래곤’의 팬이다. 그러나 자칫 한류라는 것이 균형 없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장기적이지 않은 기획과 관련 부처의 지원 부족이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백범 김구 선생이 말씀하셨던 ‘문화강국론’처럼 대한민국의 다양한 문화적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캐릭터가 세계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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