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살충제 계란 이어 발암물질 생리대…'10년전 수준' 생필품 관리 구멍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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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08-2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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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유해살생물질 관리 구멍…컨트롤타워 붕괴로 우왕좌왕

  • 발암물질 생리대, 지난 10년간 규제항목 제자리

23일 오전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며 생필품 유해살생물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간 가습기 살균제, 자동차 워셔액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용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제기됐지만 생필품까지 범위가 확산되며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23일 정부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생필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실제 살충제 계란은 농축산식품부와 식약처가 서로 ‘컨트롤타워’를 자처해 혼란만 가중됐다.

생필품의 경우 업무영역이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다. 계란만 해도 식품생산은 농식품부, 식품안전은 식약처로 이원화돼 있다. 문제는 사고발생 시 해당 기관들 사이에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다.

살충제 계란 문제가 불거질 당시 농식품부는 살충제 잔류 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반면 식약처는 국내산 계란에 문제가 없다며 해결에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생필품 유해물질 조사체계가 허술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높게 나타난 ‘릴리아 생리대’의 경우, 정부가 지난 10년간 규제 항목을 손질하지 않아 발생한 사례다.

현재 생리대 관련 규제 항목은 포름알데히드, 형광물질, 색소 등만 유해살생물질로 규정한다. 이는 10년 전 내놓은 규제 항목과 똑같다. 그런데 해당 주무 부처인 식약처는 TVOC가 검출됐음에도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문제 삼지 않았다.

결국 식약처는 민간단체가 TVOC 독성 여부를 강하게 제기하자 뒤늦게 재조사에 착수하는 등 늑장대응으로 화를 키웠다.

생리대에 앞서 살충제 계란 역시 지난 4월부터 위해성 경고가 나왔지만, 식약처가 이를 묵살하며 소비자 불신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처럼 정부가 생필품 유해살생물질 관리에 우왕좌왕하면서 소비자의 집단행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법무법인 법정원은 지난 22일부터 릴리안 생리대 제품을 사용한 후 신체적 증상 및 정신상 고통 등 피해를 입은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인터넷 포털에 개설된 관련 카페는 개설한 지 하루 만에 가입자가 3000명이 넘는 등 피해자들이 소송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살충제 계란과 생리대뿐 아니라 모든 생필품에 첨가되는 화학제품, 유해살생물질에 대한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공첨가물의 기준치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곳으로 쪼개진 유해살생물질 관리체계 개편도 시급하다. 현재 살충제‧농약은 농식품부, 살균제‧살충제는 복지부와 식약처, 소독제는 환경부, 방오제는 해양수산부, 습기제거제는 산업부 등 6개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지난 1998년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만들어 통합 관리 중이다. 미국도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서 유해물질을 총괄한다. 일본은 소비자청이 제품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살생물질 관련법 일원화 움직임이 있지만 부처 이해관계로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며 “생필품에 들어가는 살생물질에 대한 명확한 자료 공유와 낡은 규제를 손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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