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의 태생적 한계] 케뱅·카뱅, 주주사 지분분쟁 예고…기업금융 취약점 노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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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안선영 기자
입력 2017-08-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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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 은산분리 후 지분 다툼 주목

  • KTㆍ카카오 1대주주 등극에 난관

  • 구조상 문제, 신보ㆍ기보 연계 불가능

카카오뱅크의 이용우(왼쪽), 윤호영 공동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FIC컨벤션에서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기존 은행권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온 인터넷전문은행이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산분리 족쇄와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추진에 있어 설립 주체가 아닌 다른 주주들의 도움에 기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파른 성장세에 유증까지 뒤따르면서 추후 은산분리 규제가 풀렸을 때 지분을 둘러싼 주주들간 다툼이 생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또 비대면 서비스로 4차 산업혁명에 한 발 가까워졌지만, 불가피하게 금융소외계층을 낳는 것은 물론 정부가 강조하는 중소기업 지원 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 인터넷은행 지분 둘러싸고 '말말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케이뱅크는 1000억원, 카카오뱅크는 5000억원의 유증을 각각 결정했다. 이용고객이 급증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증자를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19개의 주주사를 둔 케이뱅크는 소액주주까지 신주 발행에 참여시켰다. 하지만 실권주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58%)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가 증자에 적극 참여했다. 은산분리 규제로 설립 당시 출자 지분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 두 인터넷은행의 지분 정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너무 많은 주주사를 뒀고, 카카오뱅크는 절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KT와 카카오가 1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라는 호재 덕분에 올해 초 4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현재 7만원 안팎으로 급등했다. 카카오뱅크의 미래가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지분 투자를 한 만큼 앞으로의 성장세가 계속될 경우, 한국금융지주도 욕심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초기 계약에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주식을 양도하겠다는 옵션 등이 없는 이상 (한국금융지주가) 대규모 유증까지 참여한 마당에 추후 지분 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두 인터넷은행은 일단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1대주주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주주사들간 지분 인수로 21개였던 주주사가 19개로 줄었다"며 "상황에 따라 주주사는 언제든 변동될 수 있고, 지분 확보 방법도 다양한 만큼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 소매금융에 국한···양적·질적 개선 필요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계좌를 개설한 60세 이상 가입자 비중은 1.6%(3만512개)에 불과했다. 케이뱅크도 지난 4월 영업 개시 후 이달 6일까지 60세 이상의 예금 계좌 비중이 전체의 2.3%에 그쳤다. 두 인터넷은행 모두 30대 고객의 비중이 40%에 육박하며 가장 많았다.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고객층이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20~30대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이는 고령층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고령층을 수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이는 앞으로 소매금융에 특화한 인터넷은행이 풀어가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은 기업금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매금융의 양적·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비대면 구조에서는 기업 실사 등이 어렵고, 관련 인력을 보충하거나 감사팀 등을 꾸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인터넷은행들은 말한다. 한 관계자는 "일단 기업대출을 실행할 규모도 안 될 뿐더러 기업금융을 하려면 절차에 따른 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구조상의 문제로 인터넷은행은 이번 정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중소기업 지원에도 힘을 보탤 수 없게 됐다. 시중은행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과 연계해 저리로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이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세번째 인터넷은행이 출범을 꿈꾸고 있다. 후보로는 2015년 예비인가 당시 도전했다가 탈락 혹은 포기했던 컨소시엄, 현재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금융사 등이 유력하게 꼽힌다.

인터파크-IBK기업은행, 네이버-신한은행, SK텔레콤-KEB하나은행 등이다. 또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은행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저축은행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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