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주년 치바이스 전시회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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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7-08-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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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예대가 초정 권창윤 인터뷰

초정 권창윤 선생. [사진=아주경제]


“살며시 퍼지면서 번지는 먹의 특징으로 채색 하나 없이 흑백으로 흐르는 물에 새우가 잠겨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먹물로 흐르는 물과 새우, 거기에 햇빛, 바람까지 표현했다. 그야말로 고도의 수법이다.”

20세기 중국 미술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중국의 피카소,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의 대표작 ‘새우’에 대한 초정 권창윤씨의 평가다. 새우는 권씨가 가장 좋아하는 치바이스의 작품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서예 대가로 꼽히는 그는 치바이스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해 '목장(木匠)에서 거장(巨匠)까지'라는 이름으로 열린 치바이스 개인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가운데 권창윤씨를 최근 종로 인사동 작업실에서 직접 만나 치바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세기 중국화단 최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치바이스는 후난성 시골의 가난한 목수 출신으로 스스로 시와 서예, 그림을 익혔다. ‘중국의 피카소’로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개인전이 우리나라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의 고향인 후난성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 50점이 나왔으며, 총 보험가액만 해도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씨는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로 한·중 문화교류까지 서먹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면서 “이런 시기에 치바이스전이 한국에서 열린 것은 매우 뜻 깊다”고 전했다.

권씨가 치바이스를 처음 접한 건 서예 공부를 시작하면서다. 치바이스의 생애와 작품을 연구하던 그는 12년 전 직접 인사동 화랑에서 치바이스 서예 작품인 '창패실(1935년작)'을 매입해 줄곧 작업실에 걸어두기도 했다. 이 작품은 현재 치바이스전에 출품됐다.

권씨는 “당시 치바이스 작품을 매입할 때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지금은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경매시장에서 작품 가격이 뛰면서 이미 화상들이 치바이스 작품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2011년 베이징 가디언 경매에서 치바이스의 ‘송백고립도(1946년작)’가 4억2550만 위안(약 720억원)에 낙찰돼 중국 현대 회화 작품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영웅을 뜻하는 매를 둘러싼 이 그림은 작가가 장제스 전 대만 총통에게 선물한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권씨는 치바이스 작품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전통의 현대화, 개성, 해학,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다. 권씨는 "치바이스는 전통을 시대에 맞게 현대화시키면서, 자신의 감흥을 예술의 창작성으로 재해석해 개성을 살렸으며, 은근히 해학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애써 꾸미려 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며 그를 '천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예술가'로 평가했다.

권씨는 “그는 전각도 파내고 또 파내는 게 아니라 일도법(一刀法)으로 한칼에 파고, 서화도 덧칠하고 또 덧칠하는 게 아니라 밑그림 없이 일필(一筆)로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중국과의 인연도 깊다. 중국 명문 베이징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예술연구소 초빙교수로 강의했으며, 현재 항저우 서령인사(西泠印社) 명예이사, 중국예술원 전각예술원 전각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며 한·중 서예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치바이스 대표작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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