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ㆍ경영평가까지 개입…度 넘어선 금융노조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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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7-08-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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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 노조 반대인사 2명 사임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여의도 본점 앞에서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KB국민은행지부]


금융권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근무 환경을 조성을 위해 노조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인사권과 경영성과 평가 등 경영자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오성 전 KB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부행장(현 KB데이터시스템 대표)과 김철 전 HR 본부장(현 부산지역영업그룹 대표)이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이 직접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두 차례 치러진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사측이 박홍배 현 노조위원장의 당선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회사에는 관계자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고용노동부에는 윤 회장의 지시 여부를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사측은 대응하지 않았으나 한 달여 만에 윤 행장이 움직였다. 윤 행장은 논란이 된 인사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노조의 목소리가 경영 방향을 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씨티은행이 당초 101개의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가 90개로 바꾼 것도 노조의 힘이 컸다.

당시 노조는 쟁의행위를 벌이며 "무리한 점포 감축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 근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 점포 통.폐합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승인 등 직접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 노조가 90개 점포 폐쇄에 동의한 데 대해 고용 안정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며 "하지만 절충안을 찾아 합의했을 뿐 사실상 노조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조가 요즘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은행 핵심성과지표(KPI) 개선이다. 이는 금융 신상품이 출시되면 영업점에 일정 수준의 실적을 요구하는 시스템으로,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다. 인사고과의 척도가 된다.

그러나 단기 실적주의로 과당 경쟁이 심화되자 노조는 수 십개에 달하는 KPI 항목을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이날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당경쟁 근절과 함께 금융당국의 노력을 촉구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의 경영 개입을 나쁘게만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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