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조계종에 다시 희망이? 단식하는 '자토이치' 명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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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입력 2017-08-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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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명진 스님 제적 철회를 위한 원로모임 등은 지난 7월 19일 국정원을 방문해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에서에서 쫓겨날 당시 국정원이 적극 개입했고 이 과정에 자승 스님과도 결탁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조사 촉구서를 전달했다.

원로모임은 백기완 선생을 비롯해 함세웅신부와 언론인 김중배 선생, 단병호·이수호 등 노동계 인사들과 최병모 전 민변회장, 정연순 현 민변회장, 고은·신경림·염무웅 선생 등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평생을 바쳐 온 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7일 명진 스님은 보신각광장에서 열린 4차 촛불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의 모든 적폐는 자승 총무원장으로부터 기인한다. 불자 300만 감소도 적폐 탓이다. ‘조계종 적폐’가 아니라 ‘자승 적폐’라 불러야 한다”며 “자승 원장이 퇴진하고 적폐가 사라질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종일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조계종 현실, 저부터 참회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단식 3일 째을 맞은 20일, 단식장에는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 씨 등이 찾아왔다. 전날부터 세월호 참사 유족, 유가협 회원 등이 밤새 천막을 지켰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4일 째 명진 스님을 방문해 “불교계 적폐에 대해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불교포커스', '불교닷컴'에 대한 조계종의 ‘해종언론’ 지정 조치에 대해 “해로울 해(害)가 아니라 종교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의 해결할 해(解)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협의회(회장 함세웅)는 21일 서울 조계사 앞과 명진 스님이 단식 중인 우정공원 인근에 내건 현수막을 통해 △'19개 독립운동가단체는 명진 스님을 응원합니다'(항일독립운동가협의회) △'조계종 적폐청산은 적폐청산의 시작입니다'(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납치폭행 인권유린 총무원장 사퇴하라'(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우사김규식선생기념사업회) △'적광 스님 폭행 비호경찰 처벌하라'(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매헌윤봉길의사월진회) △'19개 독립운동가단체는 명진 스님을 지지합니다'(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보재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조계종은 대한민국 종교 아닌가? 불교닷컴 불교포커스 언론탄압 중지하라'(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고 알렸다.

지금 명진스님의 모습은 영화 '자토이치'에서 맹인 검객으로 나온 기타노 다케시의 이미지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 승가에는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많은 이들은 '한 가닥 희망이 피어오르게 하는 위대한 단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계속된 조계종의 적폐 의혹에 불교 자체에 식상해진 불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듯하다. 후대에 ‘대체 그때 스님들은 무엇을 했나?’라는 질문에 올해 67세의 명진 스님은 ‘무기한 단식’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스님의 안목과 희생으로 한국 현대 불교사는 한 줄이나마 새롭게 쓰여질 페이지를 찾았다.

명진 스님의 단식은 한 스님에 대한 단순한 징계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불교계나 조계종의 당사자 문제를 뛰어넘어 진보 노동계의 사회 원로들이 이 민주 사회의 '적폐'로서 조계종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울러 적지 않은 불자단체들이 동감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마주해야 한다.

한 불자는 "아무리 잘못이 없다고 해도 부처님을 대하듯 현실을 마주하고 참회하고 반성한다면 조계종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민주사회다. 종교계도 더 이상 성역이나 예외일 수 없다. 단식으로 건강을 해치기 전에 명진 스님에 대한 복권으로 조계종이 화답하기를 부처님 전에 빈다.

명진스님께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 후로 조계종은 불교사뿐만이 아니라 자유롭고 정의로운 우리 대한민국 역사에서 아예 지워질 수도 있음을 심각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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