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쟁서 반드시 승리" ..트럼프 '적극개입' 외교전략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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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7-08-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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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AP]


"역사의 교훈을 발판 삼아 16년간 이어진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현지시간)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략을 공개하기 위한 TV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구체적인 추가 파병 규모나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아프간 전쟁에 적극 개입해 승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의 '고립주의' 외교안보 전략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 "9·11 테러 잊지 말아야"...反테러 기조 속 인도와의 협력 강조 왜?

더 힐,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생중계로 진행된 이날 연설을 통해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발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현재까지 약 16년간 진행되고 있어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됐다"며 "미국인들을 지치게 하는 이 전쟁에서 끝내 승리하기 위해 분명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탈레반과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리스트 조직이 확장돼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기고 있는 만큼 테러 조직 근거지인 아프간 장악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트럼프는 최근 연쇄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15명이 사망하고 120여 명이 부상한 바르셀로나 테러를 사례로 들어 이런 입장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을 겨냥, 압박 강화를 강조한 것도 그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거점형 테러 조직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데다 통행 문턱이 낮은 탓에 테러조직의 유입 빈도가 높다. 국경 통과 등 아프간 내 이동이 자유로운 점도 테러 위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그는 아프간 정책과 관련해 인도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안정을 위한 인도의 공헌에 감사한다"며 "미국의 주요 안보·경제 파트너인 인도가 경제 분야에서 미국의 아프간 정책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도는 지난 1974년부터 파키스탄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의 세 번째 무역 상대국인 중국을 우회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아프간·중국 간 무역 규모는 10억 달러 규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에도 46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중국은 각각 국경 분쟁과 대북 제재 등을 이유로 인도·미국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 "아프간 전쟁 적극 개입"...'고립주의' 대신 '개입주의' 본격화하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번 연설에서는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 추가 파병 규모나 계획, 아프간 공격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적극적 군사 개입 의지를 거듭 표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고수해오던 '미국 우선주의'의 반대 개념인 '간섭주의'로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개입주의가 강화되면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 대응이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CNN 등에 따르면 테러 조직관의 전면전 등 안보 강화를 위해 점진적 주둔 미군 철수 계획을 뒤집겠다는 점을 시사한 점이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본능대로라면 당연히 미군 철수 쪽이지만 대통령으로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 결과 철군에 따른 공백이 테러 조직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인 지난 2013년 트위터를 통해 아프간 철군을 주장하면서 오바마 전임 행정부를 비난했었다. 결국 스스로의 아프간 주둔 병력을 점차 감축하겠다는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약속도 저버린 것이다.

이런 전략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전 수석전략가의 경질 직후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배넌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거의 유일한 아프간 추가 파병 반대론자이자 해외 군사 작전에 대한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미국의 개입주의를 강조했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등과 대립한 이유다.

미군의 아프간 추가 파병도 기정사실화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4000명에 달하는 추가 아프간 파병 권한을 부여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아프간 전략이 완성될때까지 파병 결정을 유보해왔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84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에 기존 군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를 추가 지원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프간 전쟁은 지난 201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아프간을 공습하면서 발발했다. 이후 미국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을 축출했지만 올해만 해도 아프간 경찰과 군인 등 2500여 명이 테러 조직과의 전투에서 사망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7년 상반기만 해도 아프간 분쟁으로 166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UN에 따르면 이는 사상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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