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 베이징서 '반쪽 은혼식' ..코리아타운 왕징서 사라지는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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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
입력 2017-08-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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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코리아타운인 베이징 왕징 중심에 위치한 미식성. 한·중 사드갈등 이후 찾는 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사진=아주경제]



서로 즐거이 축하해야 할 한·중수교 25주년이 사드 갈등으로 인해 우울한 시절을 맞고 있다. 베이징 현지 교민사회 역시 침체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행사가 기형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5년 단위의 수교 기념행사를 중시하는 중국이지만 이번 한·중수교 기념식에는 그야말로 냉담한 태도다. 한국과 중국은 그동안 공동개최해온 기념식을 이번에는 베이징에서 따로 진행한다. 양국이 수교를 기념하는 행사를 별도로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마치 결혼기념일을 부부가 다른 장소에서 마지못해 따로 축하하는 셈이다.

주중한국대사관이 24일 주최하는 기념행사에 참석할 중국 측 인사도 현재로서는 미정이다. 장관급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지만, 외교부장이나 중련부장 등 요직의 인사가 아니라 전인대나 정협 등 외곽의 인사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2012년 한·중수교 20주년 행사 때는 당시 상무위원이자 국가부주석이었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참석했던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기념행사까지 이틀 남은 22일에도 중국 측은 참석자의 명단을 통보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 측은 23일 인민대외우호협회의 주최로 한·중수교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 우리나라는 김장수 중국 대사 등 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파견할 방침이다.

주중대사관 측은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학계 심포지엄, 경제인 포럼, 투자유치 로드쇼 등을 통해 분위기를 띄운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 탓에 침체된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수교기념 행사를 따로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 상황"이라며 "양국관계가 얼마나 냉각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중 간 사드 갈등으로 인해 베이징 교민사회도 잔뜩 웅크린 상태다. 중국에서 한국 교민이 가장 많이 사는 베이징 왕징(望京)에는 한글 간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거부감에 상인들이 한글 간판을 내리고 있는 것. 왕징의 대표 음식점 상가인 '한국성(韓國城)'은 사드사태 이후 간판을 '미식가(美食街)'로 바꿨다. 왕징 내 다수의 한국식당과 한국마트가 철수했으며, 현재 남아 있는 한국식당이나 마트에는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 사드사태 이후 불경기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이 귀국한 탓이다. 중소기업과 주재원이 철수한 아파트나 주택은 중국 중산층, 외국계 기업에 취업한 중국 젊은이들이 속속 차지하고 있다.

사드 여파로 인해 여행업계는 단체관광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중국인 여행객을 모객해 한국에 보내던 여행업은 비즈니스 유지 자체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한한령(限韓令·한국 콘텐츠 금지령)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한류(韓流)'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TV를 틀면 나오던 한국 드라마도,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면 나오던 우리나라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도 자취를 감추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우리나라 가수들의 공연은 벌써 1년째 열리지 않고 있으며, 비싼 개런티에도 모시지 못해 안달이던 배우들 역시 중국땅에서 볼 수가 없다.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은 "그동안 밀월기를 구가했던 한·중관계는 현재 냉각기를 보내고 있으며, 이 냉각기는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하며,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 모두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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