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파동]제멋대로 붙이는 계란 유통기한…박근혜정부, 알고도 방치ㆍ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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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7-08-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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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기한 찍혀야 관리대상 포함…식약처 "고시 안 어기면 단속불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2일 오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살충제 계란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허리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농가 및 계란수집판매상(계란 상인)이 자의적으로 계란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가와 계란상인이 고시를 어긴 게 아니어서 단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는 계란의 유통기한을 포장한 날로부터 설정하게 돼 있다. 포장하기 전 단계에서 불법이 행해져도 정부의 제재권한이 없는 현재의 생산·유통시스템을 손봐야 하는 이유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계란 유통기한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0년 '계란제품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8월 22일자 본지 기사 참조>

당시 농식품부는 계란 유통기한과 함께 산란일자를 표기하기로 결정했지만 계란 상인의 반발로 유통일자를 먼저 표기하고, 산란일자를 나중에 표기하는 단계별 추진대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식품안전 관리를 일원화하는 작업이 진행되며 계란종합대책도 흐지부지됐다.
 
당시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처로 격상하며 농식품부의 농식품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흡수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와 농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자 현재와 같이 생산과 유통단계를 각각 관리하는 이원화체계가 됐다.

식약처는 지난 2013년부터 계란 유통일자 설정 등 유통단계에서 식품안전 관리를 맡아왔지만, 농식품부가 관리할 때보다 계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부 농가와 계란 상인이 저장창고에 최장 6개월까지 계란을 보관하다, 가격이 오를 때 내다 파는 일이 빈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식약처는 이런 행위를 알면서도 제대로 단속을 벌이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식약처 식품공전 등에 따르면, 계란 유통기한은 산란일자와 상관없이 포장한 날로부터 유통기한을 설정하게 돼 있다"며 "알면서도 농가와 계란 수집판매상들이 고시를 어긴 것이 아니어서 단속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식품공전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위생법에 따라 국민보건상 필요한 성분·용기·포장·유통기한·식품검사법 등을 정리한 식품 관련 기준서다.

이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찍힌 순간부터 관리 대상이지만, 그전에는 단속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농가와 계란상인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4년여간 그대로 방치했다는 얘기다. 

또 계란제품 위생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산란일자 표기를 할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해야 했지만, 식약처는 일부 농가와 계란 상인의 반발로 산란일자 표기를 미뤄왔다.

또 다른 식약처 관계자는 "산란일자와 유통기한 표기를 병행하도록 고시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로 농가와 계란 수집판매상의 반발이 심해 제도를 바꾸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입장은 달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계협회도 살충제 계란을 계기로 '환골탈태'하겠다며 정부가 제시한 산란일자 표기를 비롯한 계란실명제 등의 제도를 적극 따르겠다고 전해왔다"며 "농가 및 민간단체 등과 의견수렴을 거쳐 빠른 시일 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식약처가 계란 농가와 도매상들이 고시의 맹점을 이용, 유통기한을 제멋대로 변경하는 줄 알면서도 방치해 왔다"며 "산란일자와 유통기한 표기를 병행하도록 고시를 변경해야 함에도 식약처가 농가의 반대 때문에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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