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칼럼]다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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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자단_버터플라이
입력 2017-08-2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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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소옥 작가]

언젠가 어떤 책에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그와 오랜 친구사이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그를 더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그 조그만 여자애를 소개하기 전까진 말이다.

그날 이후로 셋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그녀는 그의 옆에서 재잘거리는 그 여자애를 보며 문득문득 화가 났지만 '그래봤자 결국 마지막에 그의 옆자리에 설 사람은 나뿐이야. 세상에서 그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나뿐인걸'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가 여자친구와 싸운 일을 털어놓으며 '역시 너밖에 없다. 여자친구는 너무 어려'라는 말을 털어놓은 날엔 '거봐 언젠간 그가 항상 변함없이 자신의 곁을 지켜준 나를 알아보고 내게 돌아 올거야'라고 생각하며 그 여자애와 견주며 속으로 묘한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셋은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늦은 시간까지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어느 사이에 그는 잠에 들어 있었다. 그녀는 곤히 자는 그를 위해 불을 꺼주려고 일어섰고 스위치에 손을 올리는 순간, 그 여자애가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오빤 불 끄면 잠 못 자요" 순간 그녀는 망치로 얻어맞기라도 한 듯 멍해졌다. 그 오랜 시간을 친구로 지내오면서도 이것은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책 속의 그녀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과연 그녀의 바람대로 시간이 지나 그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그녀의 가치를 깨달아 그녀와 함께하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함께한 시간의 물리적인 양이 관계에 있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그토록 진실하고도 강렬했던 것은 그들이 고작 사흘의 시간만을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만약 그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면 다른 평범한 연인들처럼 사랑하다 싸우고, 결국엔 지쳐서 헤어졌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랑의 깊이, 그 아름다운 힘을 어떻게 시간의 양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랑은 겨우 하루뿐일지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숨 쉬며 빛을 발하고, 또 다른 사랑은 몇 년을 함께했을지라도 쓰레기통에 처박힐 기억밖에 남기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당신에게 건넨 입맞춤으로 그 순간 느껴진 심장의 박동은 어쩌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 바람 피는 사람이 안겨주는 6가지 감정들

1. 처음엔 화가 난다.
어떻게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날 속여가면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

2. 다음 과정은 우여곡절이다.
그는 잘못을 고하고 나는 엉망이 된 관계를 다시 돌려보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예전의 '우리'는 회복되지 않는다.

3. 계속되는 절망의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아 이미 그날에 신뢰는 깨져 버린 것이구나. 돌이킬 수는 없겠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4. 그렇게 헤어짐을 고하고 난 뒤에는 그가 흘리는 참회의 눈물이나 밤늦게 오는 메시지에도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러려니' 마치 무생물이 된 것 같다.
 

[사진=버터플라이]

5. ‘당할 만큼 당했으니 이제부턴 행복해지겠지’하고 믿지만 바람의 나쁜 점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된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진심을 다할 수 없다. ‘좋은 사람이겠지? 이 사람은 다르겠지?’ 겁먹고 잔뜩 움츠린 채로 눈치만 살핀다.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채로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안고 살아간다. 친구는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 이대로 끝이야? 잘못한건 내가 아닌데 나쁜 건 그놈인데 이렇게 앞으로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야해?"

6. 나는 답했다.
"아니, 바로 이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등장해줄 때지. 그 모든 상실감과 배신감, 허무함을 전부 껴안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은 나타나기 마련이야. 반드시."

정반합 원리의 장난인지 뭔지 바람을 피우는 상종 못 할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맑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렇게 깨끗한 마음에 상처받은 당신을 진심으로 품어 줄 것이다.

그러니 운명의 짝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말기를 바란다. 그가 나타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어느새 마음의 방황이 멎어있음을.

/글=이소옥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지켄트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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