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冷政冷' 한·중 '新냉전시대'…사드 넘어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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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7-08-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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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입장 차 타협점 모색 실패

  • 韓 전략적 모호성 주위 압박 커질 듯

한국 이상옥 외무장관과 중국 첸치천 외교부장이 1992년 8월 2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서'를 교환한 뒤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는 24일 한·중수교 25돌을 맞는 한국과 중국이 지난 25년간 양국관계의 비약적 발전을 뒤로하고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다. 일각에선 더 늦기 전에 '수습'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지적과 이미 일정한 '조정기'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새로운 한·중관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논의를 본격화한 이후 중국은 사드가 자신들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보복'을 한국에 가해오면서 한국과 중국은 '제2의 냉전시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룬 한국과 중국이 수교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드 문제가 한반도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더 늦기 전에 '수습'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드러난 한·중 간 갈등으로 양국관계 발전의 수준과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한·중 양국이 처한 외교안보적 입장에서 나오는 차이를 전략적 차원에서 충분히 설명하면서 타협점을 모색했어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베이징의 기대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남북관계에서 긴장고조를 억제하는 것이고, 둘째는 북핵문제 해결에서 미·중 공조에 한국이 적극 동참함으로써 적절한 아교 혹은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남북관계에서 물리적 충돌이 자칫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성을 제거하고,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더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게 중국은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사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우선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는 베이징의 이런 기대와 맞아떨어진다.

특히 문 대통령이 '7·6 베를린' 선언 통해 밝힌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 등 현 정부의 정책기조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 선언은 임기 초반부터 벽에 부딪혔다.

정부의 남북 군사회담 제안과 인도적 차원의 적십자회담 제안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응수했고 급기야 미국에 괌 포위사격까지 예고, 한반도 정세는 '레드라인(임계치)'을 향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라는 정당성을 더해주고 있고 이로 인한 한·중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사드 갈등을 완화하고 가라앉게 하는 것은 중국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처한 가장 큰 난제"라며 "사드 갈등이 중·한 관계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문제는 현재의 사드 충돌을 미루거나 피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의 지적은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정치적 결심을 통해 사드 논쟁을 가라앉히는 방법 외에는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25년 전 현대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를 만든 우리가 이제 비로소 한·중관계의 '본질'과 대면하고 있는 만큼, 명확한 우리 입장 표명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면 미·중 모두로부터 받는 압박이 커질 것이고 북한은 그런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한·중 수교의 주역인 전직 외교관들은 양국 관계가 일정한 '조정기'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병현 전 주중대사(현 미래숲 대표)는 "양국관계는 (비유하면) 주가가 너무 많이 폭등한 것이어서 조정기를 어차피 거치게 되어 있다"며 "슬기롭게 이 과정을 거치면 장기적 주가 상승에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정승 전 대사도 "사드 문제 처리가 앞으로 양국 간 갈등 처리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양자관계를 넘어 제3국과 관련된 부분은 3자든, 4자든 대화 소통 채널을 만들어 진실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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