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친환경 제품의 ‘배신’…소비자 발길 뚝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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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입력 2017-08-2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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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주말 대형마트 계란 코너 가보니

  • …전주 대비 최대 60% 판매량 감소…소비자들, 미흡한 정부 조사에 공포감 여전

20일 마포구 소재 한 대형마트의 계란 매대가 한산하다. [사진=김온유 기자]


“정부의 살충제 계란 전수 조사결과도 오락가락하니, 그냥 계란을 안 사고 말죠”

20일 소비자들의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서울 마포구 인근 A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장미진(서울 합정동·38)씨는 그동안 값비싼 친환경 계란을 구입해왔는데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된 계란이 발견된 직후, 정부는 전국 산란계 농가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당초 정부는 본래 27개 살충제 성분에 대해 전수 조사하기로 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 시약 부족으로 모든 성분에 대한 조사를 이행하지 못했다. 결국 19일 정부 조사 또한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420개 산란계 농장에 대해 보완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소비자들이 대기업이라 믿고 찾았던 국내 대형마트 3사도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홈플러스가 자체브랜드(PB)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업계 1위인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에 계란을 공급하는 산란계 농장도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다 1위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의 ‘알짜란’ 브랜드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비펜트린이 검출돼 충격은 더하다. 

정부 조사 결과 상당수 계란이 ‘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대형마트 3사의 계란 유통량은 평소 86%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미흡한 정부 조사에 소비자들은 살충제 계란 포비아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 계란 판매량은 전주 대비 40%에서 최대 60%까지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A대형마트 직원은 “마트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발표 이후 계란 매대는 말그대로 휑 하다”면서 “일부 고객들이 꼼꼼히 난각코드를 읽지만 카트에 넣지 않고 다시 내려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인근 B 대형마트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계란 매대 앞에 ‘안전한 제품만 판매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냉랭하게 매대를 스쳐지나갔다. 한 고객은 “장 보러 나오는 데, 평소 계란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이 살충제 계란 문제를 얘기하면서 엄마는 절대 사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면서 “당분간 계란이 들어간 요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역시 계란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C마켓이 들어서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주민은 “요즘 이웃끼리 마트에서 만나면 살충제 계란 문제가 단골 소재”라면서 “정부 발표도 믿을 수 없고, 그냥 안 사먹는게 상책”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소비자들은 아예 닭고기에 불안감도 드러냈다. 박수민(서울 염리동·55) 씨는 “살충제 성분이 담긴 사료도 먹이고 닭한테도 마구 뿌렸다는데 계란만 문제일 것 같지 않다”면서 “닭고기도 마음 편히 사먹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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