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식탁 안전위협…'계란 실명제'로 원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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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7-08-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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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ㆍ구제역 이어 살충제 계란사태까지…해결책은?

경주시청 공무원들이 지난 18일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경주지역 산란계 농가에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등 가축질병과 '살충제 계란'까지 먹거리 파동이 해마다 반복되며 식탁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식품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더욱 부추겼다. 생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유통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각각 관리하고 있는 탓에 원인이 발생하면 제각각 대응하며 위기관리대처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계란 이력제'와 '계란 실명제'를 도입하고, 농식품 안전관리를 일원화해 먹거리 안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란 실명제 왜 필요하나···계란이력제 추진까지 최소 3년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 첫날부터 현재까지 전수검사 결과 발표, 엉터리 통계 발표와 수치·기호 등 표기 오류를 반복하며 불신만 조장했다.

이는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각각 난각(계란 껍데기) 코드 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또 현행 난각 코드 방식은 생산지와 생산자 정보만 표기돼 있어 정부와 소비자가 난각 정보를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중앙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생산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통계 오류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계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만 전국 234개 지자체가 농산물품질관리원 또는 식약처에 통보하는 체계가 살충제 계란 사태를 키운 꼴이 됐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계란 이력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현재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시행하고 있는 축산물 이력제를 앞으로 닭고기와 계란에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력제는 축산물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 생산부터 최종소비까지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정부는 한해 수백억개에 이르는 계란과 닭고기 생산량에 맞춰 이력제를 실시해도 타당한지를 축산물품질평가원을 통해 평가하고 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시범운영을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계란과 닭고기 이력제가 정착되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력제 효과에 가까운 계란 실명제가 적시에 추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계란 실명제는 식품안전관리와 식품위기관리 대처에 효과적이다. 생산지와 생산자만 알 수 있는 기존의 난각(계란 껍데기)코드 정보와 달리 지역코드와 집하장명, 사육방법(계사 번호·친환경 유무·평사 또는 케이지 사육), 농장주 실명, 산란일자가 구체적으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관리·감독 체계와 중앙전산시스템 등록으로 이력제에 가까운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 234개 지자체가 각각 농산물품질관리원 또는 식약처에 통보하는 기존의 방식은 중앙 전산등록시스템으로 일원화한다. 이를 통해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전수조사 방식에서 드러난 통계 오류를 효율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안전관리 일원화해야···컨트롤타워 부재로 부처간 엇박자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살충제 계란에 대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과정과 결과 발표에서 혼선과 엇박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농식품안전 관리·감독 체계가 생산단계는 농식품부가, 유통단계는 식약처로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양 부처는 제각각 대응을 하며 혼란만 부추겼다. 양 부처의 불협화음이 계속 이어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총리가 범정부적으로 종합 관리하고, 현재 진행되는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달라"고 지시했다. 

주무 부처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중복 발표가 되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전문가들은 농식품 안전관리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민간 연구원은 "농식품안전관리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된 이후,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 모습"이라며 "사태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게 중요한데, 현 체제에서는 오히려 사태만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농식품 안전관리는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반쪽짜리 모니터링에 불과하다"며 "조속히 범부처 차원으로 일원화해 농장에서 식탁뿐 아니라 동물사료, 동물용의약품, 동물복지까지 원헬스(One-health) 개념으로 일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장식 밀집사육 개선···동물복지 농장 확대해야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식 밀집사육'이 AI와 살충제 계란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편의성과 용이성, 가격경쟁력 향상 등 밀집사육의 장점이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밀집사육은 전염성이 강한 AI 바이러스와 진드기 등 해충에 취약하다. 우리나라 축산법은 산란계 기준 닭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을 A4 용지(0.062㎡)보다 적은 공간인 0.05㎡로 규정하고 있다. 

닭은 진드기 등 몸에서 기생하는 해충을 털어내기 위해 흙에 몸을 비비는 '흙 목욕'을 하거나 발을 이용해 해충을 제거하지만, 케이지에 갇혀 있는 산란계는 진드기와 벼룩을 없애기 어렵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로 산란계의 계란 생산은 40%나 감소한다.

농가들이 계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해충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산란계에 직접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 살충제 계란이 양산됐다. 

공장식 밀집 사육을 동물복지에 초점을 맞춘 사육방식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동물 복지농장에서는 닭이 짚이나 톱밥, 흙, 모래 등이 깔린 평평한 땅에서 방사돼 사육된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계란은 케이지 사육장의 그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싱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밀집 사육환경을 개선한다고 나섰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케이지 사육을 평사가 있는 동물복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농장 사육환경 표시제도를 도입하는 등 산란계 농장의 사육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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