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선(禅)과 예(藝)를 탐구하는 불교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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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 기자
입력 2017-08-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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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법사[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


인민화보  왕자인(王佳音) 기자=무명옷에 금테 안경을 쓴 여산법사(如山法師)가 들어오면서 우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평온한 표정, 담담하고 침착한 분위기가 그의 첫인상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날 우리는 베이징 옹화궁(雍和宮) 근처에 있는 여시산방(如是山房) 고금관(古琴館)에서 여산법사를 인터뷰했다. 고금관은 아늑한 실내에 고금(古琴)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져 마음을 시원하고 평안하게 만들었다.
여산법사는 한국인이다. 그는 베이징(北京)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베이징대학교 철학과 특별연구원, 서우두스판(首都師範)대학교 특별 교수, 중국 불교예술가학회 부회장, 중국 곤극(昆劇)고금연구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14세에 머리를 깍고 스님이 된 그는 ‘선과 예’를 탐구하는 수행의 길을 걷고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불교와 고금 예술에 몰두했다. 불교와 고금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그는 고금으로 친구를 사귀고, 고금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며 자기의 깨달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했다.

중국과의 소중한 인연
2004년 초봄, 베이징대학교 철학과에서 긴장된 논문 심사회가 진행됐다. 논문 심사에 앞서 러우위례(樓宇烈) 베이징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박사 지도교수는 심사위원회 전문가들에게 “우리 앞에 서 있는 이 학생은 여산법사로 일반 학생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첫째 그는 한국인이고, 둘째 그는 출가한 사람입니다. 여산법사는 어릴 때부터 한국의 절에서 자랐습니다. 특히 중국 문화를 사랑하고 흠모해 28살 때 중국 타이완으로 유학을 가 푸런(輔仁)대학교에서 중문과 학사, 철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석사 학위 과정 중 중국의 유교, 불교, 도교의 전통문화를 심도있게 연구했습니다. 특히 ‘임제선법(臨濟禅法)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1999년 여산법사는 대륙으로 와서 저의 박사 연구생이 되었습니다. 5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10만여 자의 박사 논문을 써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러우 교수의 소개가 끝나자 현장의 심사위원들은 낮은 목소리로 의견을 교환했다. 여산법사의 논문 심사는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은 여산법사의 논문을 시각이 독특하고 논점이 명확하며 서술이 생동감 넘친다고 평가했고, 유려한 중국어와 침착한 태도에 호감을 표했다.
이어지는 호평은 여산법사가 5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었고, 논문 한장 한장은 지난 20여 년간 여산법산의 탐색과 사고의 결정체였다. 논문에는 여산법사의 심혈이 응축돼 있었고 불교에 대한 깨달음이 모아져 있었다.
여산법사와 중국과의 인연은 한국의 충청남도 서산군에서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여산법사가 공부한 대산초등학교 복도 벽에는 예수, 부처, 소크라테스, 공자, 노자 등 위인의 초상이 걸려있었다. 여산법사는 그중 한 인물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마가 넓고 눈빛이 맑고 순수하며 콧날이 단정하고 눈썹이 짙고, 특히 다른 인물과 가장 큰 차이점은 머리 위에 있는 청감색 육계(肉髻)였다. 여산법사가 친근하게 느낀 인물은 바로 석가모니였다. 여산법사는 석가모니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그때는 앞으로 자신의 인생이 부처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산법사의 집 이웃마을에 서당이 있었다. 서당 선생은 한글과 한문을 가르쳤다. 6학년 때 부모님은 없는 돈에도 절약해 그의 서당 학비를 내주었다. <삼자경><천자문><논어> 등 중국 고전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그는 공부에 빠져들었다.
어느 날 여산법사는 아버지와 해변에 놀러갔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그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바다 저쪽에는 뭐가 있어요?”
“바다지.”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러면 바다의 바다 건너 저편에는요?”
아버지는 아들의 질문의 뜻을 알아차렸다.
“저쪽에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있단다!”
“중국은 어떤 나라에요?”
“중국은… 나도 안 가봐서, 나도 가보고 싶구나!”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중국…”
이렇게 중국은 그가 제일 동경하는 곳이 됐다.
 

여시산방 연주팀이 베이징대학교 백년강당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본인 제공]


중국 문화의 ‘팬’
여산법사는 학생들에게 농담으로 자기는 원래 ‘한나라 사람(漢朝人)’이었다고 말한다. 중국 문화 속에 담긴 심오한 인류 문명을 숭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0세 되던 해 타이완 푸런대학교 중문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했고 그곳에서 고금을 만났다.
당시 타이완에서는 문화공연시즌 행사가 자주 열렸고 대륙에서 유명한 예술가를 초청해 교류하는 자리도 많았다. “비파(琵琶)와 이호(二胡) 등 악기의 연주는 들어봤다. 분위기나 연주자 모두 활력이 넘치고 연주도 매우 화려했지만 나는 그저 감상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고금은 ‘첫눈에 반한 악기였다.’”
대륙의 노 고금 연주가들이 초청되어 고금을 연주했다. 백발이 성성하고 신선같이 우아한 자태의 연주자들이 고금을 타는데, 그 소리가 평안하고 은은한 것이 다른 악기의 떠들썩함과는 전혀 달랐다. 여산법사는 단숨에 매료됐다. 그것은 매우 오묘한 느낌이었다. 여산법사는 이것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향하는 것을 따라 여산법사는 고금 연주라는 긴 여정에 올랐고 결국 고금의 발원지인 중국에 자리잡았다. “고금을 배우기로 한 것은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저 소리와 정취에 매료되서였다. 그러나 고금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큰 기쁨을 발견했고 고금은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 됐다.”
여산법사는 중국 전통문화에는 인생의 미학이 담겨있다며, 뿌리깊은 인생 미학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 생활을 예술로 승화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전통 예술이 ‘인생의 예술화, 예술의 인생화’를 추구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문화 속에 담긴 ‘선’과 ‘예’가 일상 생활에 녹아들어 서로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돋보이게 했다. 예를 들어 ‘선’와 ‘금(琴)’은 ‘금은 고요한 가운데 타고, 선은 시끄러운 곳에서 참선한다.’”
여산법사의 고금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중국 전통 음악사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인 고금은 ‘도를 담는 그릇’으로, 문화를 싣는 배처럼 화하(華夏)문화의 정수를 담았고 인문정신의 진선미의 경지를 표현했다. 고금의 역사는 상고시대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고금은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禁心), 도를 담고(載道), 덕을 베푸는(宣德) 주요 기능 뿐 아니라 사상,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고금을 연주하는 사람은 과거의 문인과 선비이고, 중국 문화의 실천자다. 고금은 그들의 손에서 체화된 ‘현가(弦歌)’의 도구였다. 고금 문화는 오래전 화하문명의 정수가 응축된 중국 문인의 중요한 수양이었다.
중국의 정치·경제·문화가 발전하고 종합 국력이 강해지면서 중국 문화도 세계 문화 질서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현재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기타 국가에서 중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음악인 고금의 독특한 중국식 악보 기록 방식과 문화적 의미, 형식 그리고 천년을 이어온 곡목과 전고(典故) 모두 오래된 매력을 발산한다. 이런 것이 지금의 ‘고금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했다.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고금은 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고금을 배우려는 사람 역시 늘어났다.
 

여산법사가 학생들에게 고금 예술을 강연하고 있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 기자 ]

고금은 여산법사의 평생 반려가 됐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 기자 ]


‘여시산방’은 마음의 수도원
중국 전통문화를 보다 잘 전파하기 위해 10년 전 여산법사는 베이징 옹화궁 근처에 여시산방을 개설했다. 번화한 도시 속에 조용하고 맑은 마음의 수도원을 설립하자는 것이 여시산방의 설립 취지다. 산방은 말 그대로 산중 초가집으로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며, 간결하지만 조용하고 맑아야 한다. 시끄러운 도시에 있고 진짜 산은 없지만 시끄러운 가운데 조용함을 얻고 소란스러움에서 멀어지는 경지는 진짜 산이라고 할 수 있어 사람들이 심신을 수양하고 참선해 도를 깨우칠 수 있다. 벽돌의 골목에 숨어있는 여시산방은 짜임새가 정교하고, 소박하고 우아하며, 하얀 벽에 문이 가려져 있다. 또한 차와 대나무가 어우러지며, 향이 책을 감싸고, 고금이 참선의 경지로 인도하는 듯하다.
여산법사는 여시산방의 포지션은 ‘문화’라며 실험적인 문화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즉 중국 전통문화를 생생하게 소개해 마음이 쉴 ‘항구’를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고금, 책, 그림, 차, 참선을 통해 마음이 맑고 깨끗해지며 속세를 초월하고 바쁜 도시에서 자아를 관조할 수 있는 곳에서 예술을 즐기고 도를 깨우치는 것이다. 소위 ‘한결 같은 마음으로 향을 피우고 고금을 타며, 차를 음미하고, 마음을 고치고 감정을 씻어낸다. 산방 문을 들어서면 참선으로 도에 이르고, 인생을 깨닫고,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선사(禅舍)인 여시산방은 비정기적으로 참선 수양, 전통문화, 불교 교리 연구회와 강습회를 마련해 심신의 건강을 돌보고 성정을 수양하며 인생의 진짜 의미를 깨닫도록 한다. 우리가 찾아간 날 마침 매주 한 차례 열리는 공익음악회가 열렸다. 여산법사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이곳에서 공익음악회를 연다. 음악회 장소도 역시 정갈하고 우아했다. 정중앙에 원목의 긴 테이블이 있고 주위에 다양한 고금이 놓여있었으며 여산법사가 방 한쪽의 정중앙에 앉아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따뜻한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연주가 시작된다. 때로는 편안하게 때로는 낭랑하게 울리는 여산법사의 고금 연주를 듣고 있으니 마치 무릉도원에 있는 것 같았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고금을 알리고 배우도록 하기 위해 여산법사는 여산법사 고금악단과 여시혜풍(如是蕙風) 고금관을 개설했다. 여산법사 고금악단의 구성원은 모두 중국예술연구원, 중국사회과학원, 베이징대학교, 칭화(淸華)대학교 등 과학연구 문화원과 고등교육기관의 학부생들이다. 악단이 리허설한 프로그램은 유, 불, 도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중정평화(中正平和), 청원화정(清遠和靜), 극고극신(極古極新)’의 스타일이다. ‘이상을 의탁하고, 심정을 나타내며, 철학적 사고를 깨우치고, 진선미를 전파하기’를 미적 추구점으로 삼는다. 여러 전통 예술과 서로 어우러지면서도 각자의 것에 힘을 주면서 독주, 중주, 금가(琴歌), 금차(琴茶), 금무(琴舞) 등의 형식으로 고금예술을 표현했다. 전통 무대 언어에 당대 사람들의 주목을 끌만한 신선한 요소를 융합시킨 것이다.
최근 여산법사 고금악단은 베이징음악홀, 중화세기단, 베이징대학교, 중국정파(政法)대학교, 베이징스판(北京師範)대학교 등에서 공연을 가졌다. 산둥(山東), 후베이(湖北), 윈난(雲南), 타이완 등지와 미국, 네델란드, 영국, 한국 등 국가에서 창작, 공연, 강좌, 세미나, 인터뷰 등을 하면서 고금으로 대표되는 전통 예술과 인문 정신을 대대적으로 보급해 큰 사랑을 받았다.
여산법사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몇 년간의 노력을 통해 여산법사의 고금과 연주팀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졌고, 이는 현대인의 수요와 갈망에 부합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희귀한 사회자원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더 큰 발전 공간과 더 많은 발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여산법사는 고금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품질을 한층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고금 문화와 이론에 대한 대중 강습회를 더 많이 갖고, 둘째 자신의 학술 자원을 통해 다양한 고금 문화 교류 행사를 개최하며, 셋째 고등교육기관과 협력해 체험 학습을 진행해 중국 전통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넷째 중국 전통문화 전문가들을 ‘여시산방’과 ‘여시혜풍’에 초청해 강좌를 진행하고, 다섯째 차, 꽃, 책, 그림 등 전통문화 수업과 교류 행사를 늘릴 것이다. 여산법사는 “우리는 다른 문화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진행하는 부분에서 더 큰 역할을 해 보다 큰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고 싶다. 또한 고금의 영향력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정신생활에 관심을 갖고 전통문화를 사랑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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