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늘어만 가는데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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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기자
입력 2017-08-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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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새 1692건 증가…사망자도 한해 평균 46명으로 심각

  • 더 이상 연인 간 일로 치부 말고 '방지 특별법' 등 만들어야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자신의 전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 사람들이 말리자 트럭을 몰고 피해여성을 위협까지 한 남성은 결국 경찰에 체포돼 구속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제하거나 교제했던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데이트폭력' 발생건수는 2014년 6675건을 비롯해 2015년 7692건, 2016년 8367건 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사망자 또한 한해 평균 46명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하기 위한 법 조항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법원의 판결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데이트폭력 관련 최근 재판부의 판결을 보면, 지난해 11월 새벽에 함께 영화를 보다가 졸았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때린 10내 남성에게 서울중앙지법은 특수상해, 공갈, 폭행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여자친구가 취소 버튼을 눌렀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앞니를 부러뜨린 20대 남성에게 대전지법은 상해 등의 혐의를 적용,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사귀던 여성에게 수차례 남자관계를 물으며 때리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50대 남성에게 상해, 폭행, 특수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전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유명 힙합가수에게 서울중앙지법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2015년 헤어지자고 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멘트로 파묻은 20대 남성이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사례처럼 살인 등 강력범죄가 적용되지 않는 이상, 데이트폭력은 주로 특수상해나 폭행, 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받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해마다 데이트폭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처벌 수준은 제자리걸음에 그치자, 데이트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데이트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데이트폭력 방지법'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데이트폭력을 연인 간의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지 말고,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법적으로 명백히 하자는 것이다.

이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데이트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의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위협을 느껴 신고를 하거나 신변보호를 요청하면 경찰은 신변경호·현장조사 등으로 적극 대응해야 하고, 이미 데이트폭력이 일어난 경우에는 피해자나 수사기관이 법원에 신속하게 접근금지나 연락차단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그러나 표 의원이 발의한 '데이트폭력 방지법' 또한 데이트폭력 '예방'에 방점이 찍혀 있다.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일 논평에서 "(데이트폭력 방지법이) 데이트폭력 근절이 목적이라면, 데이트폭력이 '연인 간의 사소한 문제'가 아닌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그 첫 번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해자로부터의 위해를 차단해 피해자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히 형사처벌하는 것이 (법안의) 내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표창원 의원은 "(앞으로) 관계집착 폭력행위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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