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이바구스트 손반장의 산복도로 이바구 한 번 들어보실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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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기자
입력 2017-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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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

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는 늘 '열정'이 넘친다. 여행객이 모르는 것, 알고자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가 알고 있는, 산복도로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한다. [사진=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 제공]

“손 반장이의 산복도로 이바구 한 번 들어 보실래예?”

그동안 누구도 하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던 부산의 산복도로와 원도심을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가 있다. 지난 9일 아주경제가 만난 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39)다.

한 여행사의 번듯한 대표 직함을 갖고 있지만 여느 대표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하는 그는 말끔한 양복 차림 대신 편한 활동복을 입고 부산을 찾은 여행객들과 함께 부산 곳곳을 누빈다.

언제나 그렇듯 늘 직접 현장에 나와 여행객 한 명 한 명과 소통하는 손민수 대표. 부산에 대한 어떠한 것을 물어도 전혀 막힘 없이 설명하는 그는 손 대표가 아닌 ‘손 반장’으로 불린다.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일무이한 부산 여행 투어를 인솔하는 손 대표의 노력을 수많은 매스컴이 주목하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고개를 숙인다.

손 대표는 “산복도로를 단순한 여행상품으로 구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제대로 알릴 청년 해설사를 양성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일본 여행 전문가, '산복도로' 전도사 되다

손민수 대표가 처음부터 부산 원도심 전문 여행사를 운영한 것은 아니었다.

2013년 2월 20일 미래고속에 입사해 일본 후쿠오카 왕복 여객선 업무를 맡으면서 여행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여행사를 상대로 영업 활동을 벌이다가 노동조합을 만들게 됐고 치열하게 투쟁도 했다.

손 대표는 "노조를 만들어서 40일간 긴 파업 끝에 장렬하게 전사했고 이후 일본 여행 기획 전문회사(통칭 랜드사로 불린다)에서 일을 하면서 스루가이드(일본 인솔 가이드) 일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던 2011년 일본에 쓰나미가 일었고 이 사태 이후 일본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 내려고 공인중개사 공부도 했지만 여행 관련 꿈을 쉽사리 떨쳐낼 수 없었어요."

많은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 느날 정봉규 이사(손민수 대표와 함께 부산여행특공대를 설립해 운영 중인 공동 대표다)로부터 산복도로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결혼 후 전셋집을 찾다가 우연히 산복도로로 이사를 한 것도 산복도로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다. 

“그 옛날 산복도로에서 거주하다 강제 이주당한 분들의 아픔이 가슴을 울렸고 이곳을 앞장서서 알리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부산 산복도로와 원도심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지금 여행사를 운영하게 됐죠.”

◆산복도로에 대한 애정, 책 출간으로 이어지다
 

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는 부산, 그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산복도로와 원도심 전문가다. 이에 관한 책도 집필한 그는 '이바구스트 손 반장'으로 불린다. [사진=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 제공]

손민수 대표는 나고 자란 부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고, 그렇게 여행 코스를 만들어 그곳을 수없이 찾아다녔다. 

내비게이션에도 안 나오고 마을버스도 안 다니는 그런 곳도 있었지만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줄자를 갖고 다니며 주차공간과 길이 등을 일일이 재면서 버스를 투입하는 등 산복도로 상품 개발을 위해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노력을 거듭한 끝에 2014년 7월 16일, 부산여행특공대가 정식 운영을 시작했고 손 반장의 원도심 여행은 3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산복도로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여행상품에 반영하는 등 손 대표의 쉼 없는 노력은 여행객의 높은 만족도에서 빛을 발했다. 

부산, 그리고 산복도로에 대한 그의 애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산복도로에 대한 그의 애정, 원도심 투어를 통한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책, ‘산복도로 이바구’를 최근 출간한 것이다.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과정도 손 대표에겐 산복도로 구석구석을 찾아 헤매던 때와 마찬가지로 적잖은 고통이었다. 

“정말 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책을 썼어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5시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1년 6개월 걸렸고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됐어요.”

산고를 겪고 탄생한 책, ‘산복도로 이바구’는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바다가 바로 보이는 탁 트인 평지, 부산 하면 떠올렸던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는다. 

책에서 설명하듯, 사실 부산이 평지가 별로 없는 산에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경사 급한 계단이 많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집 지을 땅보다 산이 많은 동네다.

요즘 부산여행의 또 다른 명소로 대두되고 있는 '산복도로'는 다른 도시에는 없는 특이한 도로로, 산허리를 돌아 도심과 산동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손민수 대표는 책에서도 산복도로 곳곳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전한다.

감천문화마을부터 초량 이바구길, 168계단, 임시수도기념관,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최민식 갤러리, 천마산로, 흰여울마을까지 산복도로를 통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비경(秘境)이 책 속에 주옥같이 담겼다.

손 대표는 "여행사 생활 중 마음에 남는 후기가 있어요. ‘부산은 손 반장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얘기였죠. 이 책을 통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기 전과 후, 부산의 다른 면면을 보았다고 말이죠.”

◆회사는 여전히 적자...애정과 보람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

손 대표의 에너지 넘치는 활동, 이에 발맞춰 콘텐츠가 나날이 새로워짐에도 회사 사정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왜 매출이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은 ▲서울/경기권 여행 수요 집중 ▲비싼 부산 호텔 숙박료 ▲바가지요금 등 내부적 요인과 ▲저가항공 노선 증대 등의 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었다. 

손 대표는 “위의 요인에 더해 최근 부산 여행객이 눈에 띄게 준 것, 또 SNS 홍보 마케팅을 통해 산복도로가 알려지면서 개별적으로 산복도로를 찾는 여행객이 는 것을 최근 들어 체감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손 대표는 좌절하지 않는다.

“회사 사정이 나아졌냐고요? 여전히 적자예요, 하하. 그래도 열심히 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힘겨워도 내일은 밝다!

부산여행특공대를 처음 시작하던 그때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지자체가 손 대표의 여행 상품을 외면한 탓이었다.

“손을 벌리진 않았어요. 그저 알아만 달라고 했을 뿐이지요. 하지만 전혀 몰라주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산복도로 여행을 위해 피땀 흘려 어렵게 개발한 비즈니스모델을 일방적으로 빼앗기기도 했지만 하소연할 곳도 한 군데 없었다.

그래도 회사를 운영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부산여행특공대를 통해 부산을 찾은 여행객 덕분이었다. 

“모노레일이 생기기 전 물동이를 이고 168계단을 오르는 체험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생 여자아이와 그의 엄마가 체험을 했는데 이를 체험한 아이가 엄마한테 ‘엄마,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라며 와락 안기는데 정말 콧등이 시큰하더라고요.”

자신이 만든 여행 콘텐츠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돌아가는 여행객의 모습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다.

지금도 여전히 매출은 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손 대표의 마음만은 부자다.

그는 앞으로 내용을 담은 여행 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이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청년 해설사를 양성하는 것이 꿈이다. 교육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책을 한 권 또 출간하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지역을 위해 애쓰는 민간기업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달라는, 지자체를 향한 부탁도 잊지 않았다.

“지역에 애착을 갖고 알리는 일을 하는 민간기업을 위해 행정적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지자체의 한계와 민간기업의 한계를 서로 보듬으며 상생해 나간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는?

부경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가이드 활동을 하다 현재 부산여행특공대 공동 대표를 맡아 활동 중이다.

어엿한 여행사 대표지만 그는 대표라는 직함보다 ‘여행조교 손 반장’, ‘이바구스트(스토리텔러라는 단어를 부산 지역색을 입혀 이렇게 지었다고) 손 반장’이 더 친근하다.

“여행상품에는 특허가 없잖아요. 누구나 같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죠. 그래서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맞다. 여행 상품에는 특허가 없다. 누구나 같은 콘텐츠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패키지 상품이 판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손 반장의 산복도로 여행, 손 반장이 들려주는 영도 이야기 등이 붙으면서 부산 원도심 여행은 완벽히 ‘부산여행특공대’만이 할 수 있는 브랜드로 승화했다.

“활동했던 일본 쪽에도 상품을 개발해 운영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건 당장 이뤄야 할 과제는 아니에요.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오르면 추후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 일본까지 영역을 넓힐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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