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실수요자 대출 요건 완화…"구제책이냐, 땜질처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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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황현철 기자
입력 2017-08-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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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일부 수요층 피해 구제한다는 점은 긍정적

  • 주택 구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만연…큰 효과 거두기 어려울 수도

[사진=아주경제 DB]


금융당국이 '8·2 부동산 대책' 이후 고강도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층을 구제하기 위해 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정부가 대출 규제의 숨통을 터주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시장 진입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땜질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2 대책 이후 후속 금융 규제와 관련한 세부지침을 마련해 시중은행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투기지역에서 이달 3일 이전에 받은 중도금 대출을 증액하거나 은행을 바꾸지 않고 잔금 대출로 전환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과 같은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원래 투기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3일 이후 모든 LTV는 40%로 강화돼 적용해 왔다.

또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됐던 서민 실수요자의 소득 요건도 종전 대비 1000만원 상향한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바꾸기로 했다. 생애최초 구입자 역시 7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높였다.

금융당국은 강화된 대출 규제로 서민·실수요자 피해 민원이 잇따랐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같은 예외 규정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주택자의 경우 예외 규제에 대부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의의 실수요자 피해 구제책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했다. 다만 대책 마련 이후 불과 10일 만에 후속조치를 내릴 만큼, 아직도 주택시장에 대한 파악이 안 돼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선의의 실수요자 보호, 투기수요 차단이라는 큰 틀을 상정하고 정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이 느껴진다"면서도 "역으로 10여일 만에 추가 조치가 뒤따른다는 것은 정부가 주택시장에 문제에 대해 완벽히 진단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두 박사는 "실수요자들의 대출 규제를 선별적으로 푸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현 시점에서는 실수요자와 다주택자 간의 매물이 균형 있게 매칭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골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번 금융당국의 예외 규정은 대책 이후 실수요층의 피해가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분명 실수요자들의 범위를 확대시킨다는 점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서울에서 무주택세대주,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주택가격 6억원 이하를 모두 충족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정 기간 내 처분 조건부 1주택 세대를 무주택 세대와 동일하게 인정하는 점, 부부합산 연소득을 1000만원 상향시킨 점 등은 분명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라며 "실수요층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이 범주에 속한 계층의 피해를 줄인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권 팀장은 "문제는 투기세력 억제를 명분으로 시장을 조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일부 규정을 완화하고 있는 정부의 모호한 자세"라며 "이미 강도 높은 압박조치로 주택 구매에 부정적인 인식이 깔린 상황에서 이번 예외 규정이 큰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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