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자치분권과 시민 민주주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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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입력 2017-08-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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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식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강동구청장)

[이해식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강동구청장)]


지난달 문재인 정부가 5개의 국정 목표와 100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국정목표 중 하나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에는 제2국무회의 도입, 국가기능 지방이양,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 등 강력한 지방분권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왔다.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천명했으며, 국회 역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1987년 이후 개헌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됐다. 현재 헌법에는 지방정부란 명칭이 없다. 지방자치단체만 있을 뿐이다.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은 117조와 118조 단 2개 조항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뤄지려면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이 담겨야 한다.

특히 자치입법권이 중요하다. 헌법 117조에서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지방정부의 조례는 법, 시행령, 시행규칙, 각종 훈령, 규정들의 하위법규로 존재하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하고, 지방정부는 통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지역의 획일적인 발전을 강요한다. 자치입법권이 확보돼야만 중앙에 종속된 하위의 타율적 객체로서의 지방이 아니라 상호 윈윈하는 주체로서의 지방이 탄생한다.

지역의 발전은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키가 된다. 강동구의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및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가 각각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전라북도의 '학교급식지원조례'가 '학교급식법'의 전문 개정을 이끌어낸 것을 보면 '지방에 답이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자치재정권 역시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0대20이다. 세금을 쓰는 비율은 국가가 40%, 지방이 60%이다. 지방은 중앙의 사무를 대행하는 수준이라는 자조가 나올 법하다. 지방이 중앙정부의 출장소가 아니라 독립적인 기관으로 서려면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대4 수준까지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달성 기한이 확실치 않고, 지방재정 확충 방식 등에서도 이견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지방재정의 자율성 악화는 '자치 없는 지방자치' 경향을 가속화시킨다. 민생과 직접 관련된 것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지방으로 이양하고, 그에 필요한 재정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지방분권은 세계적·시대적 흐름이다.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전통을 유지해왔던 프랑스는 2003년 개헌을 통해 헌법 제1조에 프랑스를 지방분권 국가로 명문화했다. 스웨덴 역시 기본법 중 하나인 정부조직법 제1조에 지방자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주권 시대에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려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

지역의 창의성과 특수성을 담을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기반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지방정부 참여 없이 지방분권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를 정책 전반을 함께 논의할 파트너로 인정하고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촛불 정국 이후, 대통령 파면 사태까지 맞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건재했다. 정통성 있는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권한과 역할을 나눠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치와 분권은 지방 정치인들을 살찌우자는 것이 아니다. 주민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정당한 권력을 행사케 해 국민의 민주주의적 역량을 드높이는 국민 주권주의를 통한 시민 민주주의 시대를 앞당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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