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차 산업 ‘인재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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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7-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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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산업혁명 ‘패권’ 노리는 中… 성패는 '인재'에 달렸다

  • 빅데이터·AI 산업 등 '인재 전쟁'… 시진핑도 기술대국 위해 '인재 굴기' 역설

  • 기업들, 한정된 인재풀에 '해외 고급 두뇌 영입·창업 통한 육성 투트랙 전략

중국은 이미 인재 블랙홀이다. 그 중국이 지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분야의 핵심 인재 모시기에 혈안이다. 4차 산업 경쟁은 곧 ‘인재 전쟁’이다. AI와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면서 중국이 관련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4차 산업 인재 영입 전략에는 4차 산업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나라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이 4차 산업을 집중 육성 대상으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이미 중국은 ‘인재’의 위력을 실감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한 것도 인재의 힘 덕분이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만든 마윈(馬雲) 회장, 중국 대표 IT 기업 텐센트를 설립한 마화텅(馬化騰) 회장 같은 걸출한 인재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중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재는 인재를 알아보는 법. 마윈이 있었기에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와 사모펀드 업무를 하던 차이충신(蔡崇信·현 알리바바그룹 부회장)이 1999년 알리바바에 합류할 수 있었고, 마화텅이 있었기에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던 마틴 라우(현 텐센트 사장)를 2005년 텐센트에 영입할 수 있었다.

“천하의 모든 인재를 뽑아 내 사람으로 쓰겠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한 말이다. 세계 각국에서 인재를 불러 모아 기술대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국의 ‘인재 굴기(崛起)’가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4차 산업 인재 확보를 위해 투 트랙을 쓰고 있다. 하나는 외부 인재 ‘영입’이고 다른 하나는 창업을 통한 ‘육성’이다.

먼저 외부 인재 영입. 중국 굴지의 기업들이 4차 산업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는 올해 1월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 글로벌 경영 부사장 출신 루치(陸奇)를 신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바이두는 이미 지난 2013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AI실험실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루치 COO는 실리콘밸리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은 “미래 핵심 전략사업이 될 AI 분야에서 선두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며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도 지난 6월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최연소 수석연구원 출신인 인공지능 전문가 런샤오펑(任小楓)을 자사 인공지능 담당 부서인 iDST 부원장 겸 수석연구원으로 스카우트했다.

런샤오핑은 지난해 12월 아마존이 시애틀 본사 1층에서 무인점포인 ‘아마존 고(Go)’ 사업을 시작할 때 컴퓨터 비전 책임자로 참여한 바 있다. 컴퓨터 비전은 인간의 눈 기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 수행하게 하는 이미지 인식기술이다.

지난해 250명의 인력으로 AI 실험실을 세운 텐센트는 바이두의 빅데이터 실험실을 이끌던 장퉁(張潼)을 AI 프로그램 책임자로 영입했다.

세계 최대 개인용컴퓨터 제조사인 레노버는 지난 7월 20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3회 레노버 테크월드’에서 AI와 증강현실(AR)에 기반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레노버는 올해 중에 베이징에 AI 혁신센터를 열고 독일과 미국에도 AI혁신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AI 인재 확보가 절실한 실정이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京東)닷컴은 레노버와 빅데이터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징둥닷컴은 베이징 인근에 AI 기술을 활용한 무인창고를 건설하고 있다. 징둥닷컴은 또 내년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 행사 이전에 징둥의 모든 창고에 AI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이처럼 AI와 빅데이터 분야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젊박한 심정으로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4차 산업 인재 확보를 또 하나의 방법은 ‘창업’이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확보가 용이하고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재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유학한 자국의 인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창업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유학파들의 유(U)턴과 4차 산업으로 유인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IT기업단지로 중국판 실리콘 밸리라고 일컬어지는 중관춘(中關村) 창업센터는 숙소를 무료로 제공한다. 창업지원비와 초기사업비 지원은 물론 감세 혜택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광둥성 경제특구인 선전(深圳)에 있는 아시아 최대 종합전자상가인 화창베이(華强北)는 화웨이(스마트폰 제조)‧텐센트(인터넷 기업)‧DJI(드론 제조) 등 세계적 기업들이 탄생했고 인재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디어를 가장 빨리 현실화시킬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두 달 걸리는 작업을 이곳에서는 2주 만에 끝낼 수 있다.

여기에 유학파들 사이에 ‘더 이상의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국으로의 U턴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정부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해외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 중 82%인 43만 명이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유학생 중 72%가 귀국한 것과 비교하면 귀국 유학생 비율이 10%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10년 전 중국에서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 3명 중 1명꼴로 귀국한 것과 비교하면 2.4배나 증가한 것이다. 가히 ‘하이구이(海歸)’ 열풍으로 불릴만하다. 하이구이는 해외에서 본국으로 회귀한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경기침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세계의 흐름을 이끄는 ‘기술강국’ 이미지가 선명해지고 있는 덕택이다. 중국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4차 산업=성공 지름길’이라는 방정식이 형성된 데다 높아진 보수와 처우 개선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AI 발전 규획’을 발표했다. 규획은 2030년까지 AI의 이론‧기술‧응용 등 모든 방면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는 2030년엔 AI 핵심산업 규모를 1조 위안(167조원), 관련 산업 규모를 10조 위안 이상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해외 AI분야 선진 대학 및 연구소 등과의 협력 지지, 해외 우수기업 인수합병(M&A) 지원,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 연구소 설립 편의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해외 AI 기업과 연구소의 중국 내 연구센터 건립을 유도하기로 했으며, 드론‧음성인식‧화상인식 등 중국이 비교우위가 있는 영역에서 AI 분야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를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이 인공지능 연구 강국이 된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에 입각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AI와 빅데이터 분야는 현재 인재풀이 매우 한정적이다. 인재 영입과 육성에서 한번 뒤처지면 만회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해외 고급 인재 유치 프로젝트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진행하고 있다. 후한 보수와 파격적인 지원으로 핵심 인재들을 유혹한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에도 인해전술(人海戰術)을 활용하고 있다.

그 인재들이 플랫폼(시장)을 만들고,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상식을 뛰어 넘는 생각)으로 세상에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모바일 천국으로 불리는 중국이 이제 4차 산업 열풍을 타고 ‘모바일 퍼스트’에서 ‘AI퍼스트’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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