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모기' 더위 먹었나?…폭염에 신종 벌레들은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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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기자
입력 2017-08-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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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뭄으로 산란지 줄고 폭우로 쓸려 내려가 절반 가까이 줄어

  • 더위 일찍 찾아와 벌떼·미끈이하늘소·꽃매미 등 '급속 확산'

'벌레들도 더위 먹었나?'

올여름 가뭄과 폭우, 폭염이 이어지면서 대표적 여름 불청객이던 모기는 줄어든 반면 벌떼와 하늘소 등 신종 벌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일 질병관리본부 매개체분석과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전국에서 채집한 모기 수는 3324마리로, 2012년~2016년 같은 기간 평균치인 5640마리보다 41.1%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492마리보다도 100마리 이상 감소한 수치다.

올해 모기 개체수가 급감한 데에는 봄부터 시작된 가뭄과 폭우, 폭염이 이어지면서 모기가 알을 낳을 장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모기는 연못이나 고인 물에 알을 낳는데, 올여름에는 폭염과 가뭄으로 물이 마르거나 폭우로 산란지가 쓸려 내려갔다는 것이다.

해충방제기업 터미닉스의 김현두 연구원은 “올해는 모기가 번성하는 시기인 늦봄과 초여름에 비가 없어서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며 “봄에 비가 오지 않으면 모기가 줄어드는 것은 하나의 공식”이라고 말했다.

모기가 사라진 빈자리는 말벌과 하늘소 등이 채우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8일 최근 5년간 벌떼 출현으로 인한 구조출동 통계분석 결과 활동이 왕성해지는 7월부터 9월까지 벌떼가 가장 많이 출몰했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올 7월까지 서울시 벌떼 출현 구조출동 통계에 따르면 8월이 1만1955건(30.1%)으로 가장 많았으며, 7월과 9월이 각각 9542건(24%)과 8719건(22%)으로 그 뒤를 이었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벌의 주요 활동시기 또한 빨라지고 있다. 보통 말벌은 여왕벌이 홀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집을 짓고 알을 낳아 6월쯤 군집을 이루는데, 2015년부터는 4월부터 출동 건수가 100건(2015년 270건, 2016년 173건, 2017년 169건)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연도별 4월 기상특성을 보면, 올 4월 평균 기온은 13.9℃로 2013년 10℃보다 3.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중순에는 도봉산과 북한산이 인접한 서울 도봉구와 강북구 일대에 10㎝ 크기의 벌레가 습격했다는 글과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도봉구와 강북구 도심을 뒤덮은 벌레의 정체는 ‘미끈이하늘소’로 밝혀졌다. 최근 2~3년간 이어진 폭염에 도봉산과 북한산 일대에 자생하던 참나무가 말라죽으면서, 그곳에서 자란 유충들이 올해 대거 성충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가에서는 외래종 해충인 미국선녀벌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북미대륙이 원산지인 미국선녀벌레는 2016년부터 한반도에 급속히 퍼지면서 농가의 골칫거리가 됐다. 사과나무 등 과실수의 가지와 잎에서 집단 기생하며 수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나무가 말라죽거나 그을음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매미로도 불리는 꽃매미도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한반도에서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 꽃매미도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살기 때문에 과수 농가에는 천적으로 불린다. 지난 7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옷에 달라붙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1980년대 들어 한반도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빈대도 최근 잦은 해외여행과 외국인 입국자수 증가로 인해 경기도 안산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현두 연구원은 “우리가 고온다습한 날씨에 힘들어하듯, 한반도에서 주로 서식하던 곤충들에게 지금의 날씨는 낯설 수밖에 없다”며 “반면 아열대기후에 적응된 외래종에겐 번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존에 보이지 않던 곤충들이 많이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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