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포용과 상생의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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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7-08-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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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사진= 서민금융진흥원 제공]


올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의 화두는 ‘포용적 성장’이었다. 오랜 시간 대기업과 거대자본 위주의 성장을 경험해 온 우리에게 따뜻하게 감싸준다는 의미의 ‘포용’이 성장을 수식한다는 것은 꽤 낯선 일이다.

다보스포럼에서 포용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는 승자 독식의 경제구조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재분배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성장과정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성장의 체질을 바꾸자는 것이 포용적 성장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금융은 어떠한가. 그동안 금융은 포용보다는 배제의 원리에 따라 작동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의 혜택은 금융회사의 수익구조상 고소득·고신용자 위주로 공급돼 왔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득과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돼 대부업이나 사금융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 번 떨어진 신용은 주홍글씨처럼 낙인 찍혀 회복하기도 어려웠다. 누군가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야가 바로 금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계에도 포용이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포용적 금용이란 여러 가지 이유로 금융에서 소외되어 온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재기의 기회를 주는 금융의 역할을 말한다.

또 단순히 기회를 주는 것 이상으로 서민이 자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로 구분된 금융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정부는 포용적 금융의 첫 번째 실현방안으로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방침을 발표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장기간 추심에 시달려온 사람들의 시효가 완성된 채권, 즉 자연채무를 소각해 오랜 시간 경제적으로 소외되어 온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국민행복기금을 포함한 금융공공기관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21조7000억원을 소각하고, 약 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등 민간부문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자율소각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추심 재발생 우려를 해소하고 연체 채무로 인한 금융 거래 제한을 없앰으로써 서민들의 금융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중·저신용자의 금융 이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개인신용평가체계를 개편하고 장기연체채권의 채무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일 등이 포용적 금융의 과제로 남아 있다.

아울러 채무소각 이후 채무의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중금리 상품 개발 및 정책, 서민금융상품 제공 등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우려되는 '대출 절벽'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저신용·저소득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와 일자리 연계,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휘파람새와 솔새는 같은 가문비나무에서 공생한다고 한다. 나무의 위쪽은 휘파람새가, 아래쪽은 솔새가 각각 차지하고 먹이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쫓아낸다거나 상대방의 먹이를 빼앗아 먹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상생하고 누리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금융도 고신용·고소득자 위주의 생태계에서 벗어나 모두가 상생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포용적 금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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