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동통신시장 재편... 태풍의 눈은 '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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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입력 2017-08-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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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가 미국 이동통신시장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7일 실적발표에서 자회사인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에 대해 “복수의 사업자를 상대로 사업 통합을 위해 협상하고 있으며, 의사결정을 내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손정의 사장의 스프린트 인수 4년이 지나면서 이종업종과의 인수합병(M&A)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손 사장은 이날 실적발표에서 “협상은 한걸음씩 진전하고 있다”며 “최종합의도 가까운 시일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미국 이동통신업계 재편을 예고했다.
 

 


손 사장은 지난 2013년 스프린트 인수와 동시에 업계 재편을 위해 3위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의 인수도 함께 추진했지만,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은 오바마 정권 시절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통신시장의 과점화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규제당국인 FCC가 반대에 나서자 손 사장은 한 때 스프린트의 매각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규제당국의 인수합병에 대한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손정의 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국을 찾아 5만명의 고용창출을 약속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실한 얼굴 도장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프트뱅크의 고용창출에 기대를 걸며 손정의 사장의 미국 사업 전개를 환영하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시기를 노려 이동통신시장 재편에 나선 손 사장이 합병 대상 유력후보로 꼽은 곳은 또 다시 T모바일이다.

마르셀로 클라우르 스프린트 최고경영자(CEO)도 합병 대상이 이동통신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T모바일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손 사장은 합병 협상이 “가까운 장래에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협상 상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직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협상에서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시가총액 536억 달러의 T모바일과 347억 달러의 스프린트의 인수합병이 실제로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합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부상한 것이 미국 케이블TV 1위 업체 컴캐스트와 2위 업체 차터커뮤니케이션즈라는 카드다. 스프린트는 두 케이블TV 업체에게 자사 통신 회선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차터 인수와 스프린트 합병이 향후 검토 과제라고 밝혔지만, 차터의 시가총액은 1165억 달러(약 130조원)에 달한다. 스프린트가 T모바일 혹은 차터를 인수해도 소프트뱅크의 재무상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150조원 가까운 부채를 떠안고 있어 더 이상 부채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가 자금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정부시책이 자주 바뀌는 트럼프 정권 하에서 규제당국이 제휴를 승인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사진=한준호 기자 ]


미국 이동통신시장에선 1위 업체 버라이즌이 야후의 인터넷 부문을 인수하는 등 업계 재편이 진행 중이다. 버라이즌은 야후를 넘어 월트디즈니와 CBS방송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위 업체 AT&T도 타임워너를 854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손정의 사장은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미국 이동통신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편 움직임에 공격적인 자세로 임하지 못하면, 스프린트는 재편 흐름에서 완전히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손 사장은 통신을 넘어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IoT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 미국이라는 판단이며, 그 기반은 스프린트가 미국 전국에 깔아 놓은 통신망이다. 스프린트의 올해 2분기(4~6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319억 엔(약 1조3200억원)을 기록했다. 통신품질이 개선돼 6월 가입자가 8만8000건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손 사장은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리프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협상하고 싶다"며 투자 의욕을 내비쳤다. 차량공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스프린트 중심의 통신망 확대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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