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中 AI 봉기를 본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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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전국부 부장
입력 2017-08-0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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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전국부장]

진시황 이후 최고의 제왕으로 꼽는 당태종.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남을 수 있었던 건 양신(良臣) 위징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위징은 요즘 말로 '돌직구'의 대가다. 목숨을 걸고 쓴소리를 냈다.

시대를 거슬러 세상은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가 사회 전반에 융합된 변화 속에 살고 있다. 디지털·물리적·생물학적 영역의 경계가 없는 4차 산업혁명을 만나고 있다.

최근 "공산당은 썩었어요" 라고 거침없이 말했다가 제거된 중국 AI가 큰 화제를 낳았다. IT 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던 AI 채팅 로봇(챗봇)이 공산당을 비꼬는 발언을 해 서비스가 중단된 내용이다. 챗봇은 말과 이미지로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소프트웨어(SW)다.

민감한 말로 중국 공산당의 미움을 사며 사라졌다가 재교육(?)을 통해 기사회생한 '해프닝'에 만감이 교차한다. 본질을 비켜가는 정책에 소신 발언을 하는 이가 요즘 드물어서다.

권세를 잡으면 내 입맛에 맞는 인물로 배치하기에 급급하다. 임명권자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무시하는 게 고착화됐다. 인사청문회는 불필요한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예스맨(Yes man)'으로만 채워진 곳에서 정의로운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방부가 최근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레이더에서 전자파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측정 조사 결과를 행정부 수반에 보고하거나 국민에게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추론은 더 가관이다. "정권 핵심부가 사드 전면 배치에 소극적 입장을 보여 해당 부처가 사드 배치에 유리한 자료를 일부러 숨겼거나 공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사드 반대단체들이 기지 길목을 막고 군용 차량을 검문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지만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다. 기지에 필요한 군수용 연료 등을 헬기로 나르고 있는 상황을 두고 "성주가 소련공산당이 지배하는 베를린인가"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데 말이다. 

정부는 10일 사드 기지에서 전자파·소음 등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항목의 측정 결과를 공개한다. 하지만 그토록 반대해왔던 주민과 단체는 이날 불참키로 해 괜스레 오해를 사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경주시내 한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 지난해 4월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발행을 확정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무산도 후폭풍이 거세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16.4% 올린 과정도 정부가 세금 지원을 사전 약속하면서 찬성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수단으로 자율결정기구에 개입했다는 이유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정책 남발도 우려할 수준이다. 포퓰리즘, 도덕적 해이 초래로 들끓었던 청년활동지원사업, 결국 일부 수혜 청년들의 부정행위로 소중한 세금이 줄줄 샜다. 도심 순환형 관광용 서울시티투어버스도 이용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외면 받고 있다.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의 과욕 등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그 외에도 무수히 많다.

탈(脫)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수많은 검토와 토론을 거쳐야 할 국정 정책들은 ‘깜짝쇼’처럼 진행됐다.

국가 정책은 국제정세를 살피고, 전문가 의견을 두루두루 들어 균형된 시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미리 방침을 정해놓고 온갖 수치를 동원해 정당화한다면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정책을 다루는 중요한 자리에 있는 이는 그릇된 부분에 대해 직을 걸고 직언해야 한다. 또한 최고결정권자는 그들의 주장에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위징 같은 이가 곁에 없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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